"국세관세청(Tax and Customs Administration)을 비롯해 네덜란드 내 각 부처의 저항이 없지 않았으나 조세와 노동,환경 부문 등에서 지난 4년간 5조2500억원에 이르는 기업 행정부담을 줄였지요."

네덜란드 재무부의 즈로엔 나일란 국장은 5일 한국행정연구원과 국무조정실이 공동으로 주최한 '규제개혁의 새로운 방향:기업에 대한 행정부담 감축'이란 주제의 국제학술회의에 앞서 기자와 만나 네덜란드의 행정부담 감축성과를 이같이 밝혔다.

행정부담은 정부 규제로 인해 기업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말한다.

각종 보고,허가신청,신고,조사협조에 따른 서류작성 비용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네덜란드는 행정부담을 계량적으로 측정하는 '표준비용모형(SCM)'을 개발,2003년부터 4년간 국내총생산(GDP)의 3.6%에 달하는 행정부담(약 21조원) 중 25%를 줄이는 데 성공했다.

나일란 국장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SCM을 통해 체계적ㆍ계량적으로 접근하고 재무부 장관이 주도하는 등 강한 정치적 지지까지 얻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면서 "덕분에 정부 부처에서는 새로운 규제를 신설할 때부터 행정부담을 줄이려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정부는 1차적인 행정부담 감축계획이 달성되자 내년부터 5년간 감축목표를 50%로 높여잡았다.

이 같은 네덜란드 모델은 영국,독일 등 유럽 20개국이 도입하고 있을 정도로 규제개혁의 국제적 조류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한국 역시 내년부터 네덜란드를 벤치마킹해 '행정부담 감축 프로그램'을 범 정부적인 규제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해 추진할 예정이다.

그동안 전자정부 구축,행정절차 간소화로 부처별 행정부담 감축정책이 진행돼 왔지만 한국의 행정부담은 GDP의 2∼4%(연간 14∼3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나일란 국장은 "행정부담 감축이 결국 생산효율성을 끌어올리는 요소로 작용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준다"며 불필요하고 과다한 서류작업에서 한국 기업들을 해방시켜 줌으로써 기업들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고 본연의 기업활동에 한정된 자원을 집중할 수 있게 지원하라고 권고했다.

김홍열 기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