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철 변호사가 갑자기 삼성의 비리 의혹을 폭로한 배경은 무엇일까.

김 변호사는 1997년 삼성에 입사해 법무팀과 재무팀 등 삼성 구조조정본부(현 삼성전략기획실)의 핵심 요직을 거쳤다.

2004년 퇴사할 때까지 그가 받은 총 보수는 스톡옵션과 급여를 포함해 103억원가량.게다가 퇴사 직후부터 올해 9월까지 3년간은 삼성 계열사의 고문 신분으로 월 2200만원의 급여(고문료)를 받아왔다.

이처럼 삼성그룹에서 '잘 나가던 임원' 출신인 그가 폭로한 이유를 두고 김 변호사 본인의 주장과 삼성그룹의 해석이 엇갈린다.

김 변호사는 "양심의 가책을 느껴서"라며 폭로 배경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5일 서울 제기동성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도 "삼성에 들어간 것이 인생의 실수였다.

삼성에서 좋은 대우를 받았으나 삼성은 나에게 범죄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삼성에서 근무하는 동안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조직적 로비를 시도하는 행태를 보면서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러나 삼성 측은 김 변호사의 폭로 배경이 "순수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삼성은 이날 김 변호사 주장에 대한 반박자료를 통해 "7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를 않다가 고문 임기가 끝난 직후 폭로 한 저의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삼성은 또 "김 변호사가 법무법인 서정을 그만둔 것은 개인적인 비리와 내부 변호사들과의 마찰 때문이지 삼성과는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며 김 변호사의 주장을 일축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