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대하사극 '왕과 나'(유동윤 극본)에 19회부터 출연했던 아기 '연산군'이 카리스마 있는 성격덕분에 중견 배우들의 진땀(?)을 빼놓고 있다.
지난달 30일 '왕과 나' 20회 방송분에서 맑았던 하늘에 갑자기 친 뇌성벽력과 함께 회오리바람에 휩싸인 날씨 속에서 소화가 출산한 연산군. 심상치 않은 날씨속에 태어났듯이 아이는 후에 조선 제 10대 임금이자 재위 중 무오사화(1498년)와 갑자사화(1504년)를 일으켰다가 중종반정으로 폐위된 연산군으로 성장한다. 극중에서는 쇠기노파(김수미)의 입을 통해 “조선을 암흑천지로 뒤덮을 임금”이라고 표현되기도 했다.
지난 2일 일산제작센터 '왕과 나' 촬영장에서는 최근 합류한 연산군의 아기 역이 제작진과 출연진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연기자는 이제 태어난 지 2개월 된 아기 주재경군으로, 어머니 차정숙씨(32)의 품에 안겨 자고 있다가 촬영을 위해 조심스레 담요위에 뉘어졌다.
정희대비역의 양미경과 인수대비역의 전인화, 그리고 성종역의 고주원, 소화역의 구혜선 뿐만아니라 상궁들 연기자와 스텝들 모두는 아기가 잠을 깨지 않게 하기위해 어느 때보다도 더 조심했다. 양성윤은 “아기깰라 모두들 천천히”라고 말했는 하면, 연출부 역시 우렁찬 목소리 대신 아주 조용히 “스텐바이 큐”를 외치기도 하다.
그러다 조명이 강하게 비치는 바람에 아기는 잠을 깼고, 스텝들은 아기를 위해 대본으로 불빛을 가려주기도 했다. 이에 정희대비역의 양미경은 아기를 보며 “아가야 잘해라. 알았지?”라며 웃어보이기도 했다.
이어 다시 큐사인이 떨어지고, 양성윤은 아기 몸에 난 반점들을 살피고 입에 약솜을 대며 동시에 “아기씨께서 위급한 고비는 넘기셨사옵니다”라는 대사를 할 무렵, 이번엔 아기가 방귀를 뀌게 되었다. 이에 연기자와 모든 스텝들은 웃음을 터트리며 NG가 났고, 아기의 어머니인 차정숙씨(32)는 순간 얼굴이 벌겋게 되며 부끄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다 다시 아기의 입에 약솜이 조심스럽게 묻혀지는 순간, 아기가 “콜록콜록”하자 모두들 긴장하며 숨죽이며 지켜보기도 했는데, 이번에는 한 스텝이 발을 헛디디는 바람에 다시 NG로 이어졌다.
이에 양미경은 “난 아기가 기침할 때 연기하는 줄 알고 감탄했는데, 아쉽게 NG가 났네”라며 “그런데 아기가 참 순하다. 이 와중에 울지도 않는 걸 보면”이라고 말을 이었다.
그리고 이어 아기와의 촬영을 위해 대기하고 있던 성종과 소화역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다가 아기가 울지 않게 아주 조심스럽게 연기를 펼쳤다.
잠시 후 아기 촬영분이 끝나자 한 스텝은 “역시 연산군이 무섭긴 무섭네요. 두 대비와 임금도 꼼짝도 못하는 걸 보면”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아기는 어느새 다시 잠에 빠져든 채 엄마 품에 안겼다.
태어난 지 2개월만에 ‘왕과 나’의 연산군역으로 연기자 데뷔를 한 주재경군은 당분간 계속 출연해 대 연기자들과 함께 연기할 예정이다.
디지털뉴스팀 newsinf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