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물 좋은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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洪 俊 基 <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외국인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일은 종종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려 주곤 한다.
세계의 배낭 여행객들이 각 나라를 여행하기 전에 반드시 챙기는 책이 있다.
바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란 여행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시시콜콜한 문화까지 다 기록해 놔서 그야말로 외국인의 눈으로 한 나라를 속속들이 해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이 취미인 필자는 가끔 서점에 가면 '론리 플래닛'을 들춰 보곤 한다.여행 갈 시간은 없더라도 평소 내가 가고 싶은 나라가 요즘 여행객들에게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며칠 전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지 궁금해서 우리나라 편을 집어 들었다.
필자가 하는 일이 물에 관련된 일이라서 그랬는지,마실거리(Drink) 편에서 눈이 멈췄다.
마실거리 편에 처음 소개된 우리나라는 이랬다.'식당에 들어가면 물을 준다.물은 정수된 물이거나 병에 담겨져 있다.만약 물을 주지 않는다면,주위를 둘러보라.식당 내에 정수기가 있을 것이다.' 식당에서 물 주는 문화가 뭐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맨 앞쪽에 소개됐을까?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는 우리나라의 물 인심 문화가 특별하게 비쳐진 게 분명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책을 찾아 보니 중국은 차가,일본은 우리의 정종쯤인 사케가 가장 먼저 소개됐다.두 나라는 일리가 있어 보였는데,우리는 왜 그냥 물일까? 우리나라의 물 문화가 중국의 차 문화와 일본의 사케 문화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좋아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대표 음료수가 없다는 말인가 싶어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은 잠깐,책은 우리나라의 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럽에 나가서 물을 먹을라치면,우리나라의 물 인심이 그리워지곤 했다.
그쪽 사람들에게 물을 달라고 하면 먼저 어떤 물을 마실지 물어본다.메뉴를 보면 생수마다 각각의 요금이 따로 붙어 있다.물도 돈을 내고 마시라는 얘기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우물가 아낙네에게 물을 청하면 아낙네는 급히 먹는 물에 체할까 봐 버드나무 잎을 띄워 물을 권하는 게 우리의 물 인심이다.우리는 아직도 정수기 물을 받으러 가면서도 우물에 가는 양 '물을 떠 온다'고 말한다.
언젠가 식당마다 늘어나는 '물은 셀프'를 볼 때마다 손님에게 스스로 물을 떠 먹으라고 하느냐며 야박해진 물 인심을 탓했던 기억이 난다.하지만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본 우리의 물 인심은 야박하지 않았다.오히려 깨끗한 물을 마음껏 떠 먹으라고 하는 넉넉한 물 인심을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
외국인의 눈으로 우리를 바라보는 일은 종종 우리가 미처 몰랐던 사실을 알려 주곤 한다.
세계의 배낭 여행객들이 각 나라를 여행하기 전에 반드시 챙기는 책이 있다.
바로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이란 여행 가이드북이다.
이 책은 여행객을 대상으로 만든 책이기 때문에 그 나라의 시시콜콜한 문화까지 다 기록해 놔서 그야말로 외국인의 눈으로 한 나라를 속속들이 해부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여행이 취미인 필자는 가끔 서점에 가면 '론리 플래닛'을 들춰 보곤 한다.여행 갈 시간은 없더라도 평소 내가 가고 싶은 나라가 요즘 여행객들에게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까 궁금하기 때문이다.며칠 전에는 우리나라가 어떻게 소개되고 있을지 궁금해서 우리나라 편을 집어 들었다.
필자가 하는 일이 물에 관련된 일이라서 그랬는지,마실거리(Drink) 편에서 눈이 멈췄다.
마실거리 편에 처음 소개된 우리나라는 이랬다.'식당에 들어가면 물을 준다.물은 정수된 물이거나 병에 담겨져 있다.만약 물을 주지 않는다면,주위를 둘러보라.식당 내에 정수기가 있을 것이다.' 식당에서 물 주는 문화가 뭐 그리 특별한 일이라고 맨 앞쪽에 소개됐을까? 그러나 외국인의 눈에는 우리나라의 물 인심 문화가 특별하게 비쳐진 게 분명했다.
다른 나라는 어떨까 책을 찾아 보니 중국은 차가,일본은 우리의 정종쯤인 사케가 가장 먼저 소개됐다.두 나라는 일리가 있어 보였는데,우리는 왜 그냥 물일까? 우리나라의 물 문화가 중국의 차 문화와 일본의 사케 문화와 같은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니 좋아해야 할 것 같기도 하고,대표 음료수가 없다는 말인가 싶어 섭섭하기도 했다.
그러나 갈등은 잠깐,책은 우리나라의 물을 자랑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유럽에 나가서 물을 먹을라치면,우리나라의 물 인심이 그리워지곤 했다.
그쪽 사람들에게 물을 달라고 하면 먼저 어떤 물을 마실지 물어본다.메뉴를 보면 생수마다 각각의 요금이 따로 붙어 있다.물도 돈을 내고 마시라는 얘기다.
지나가는 나그네가 우물가 아낙네에게 물을 청하면 아낙네는 급히 먹는 물에 체할까 봐 버드나무 잎을 띄워 물을 권하는 게 우리의 물 인심이다.우리는 아직도 정수기 물을 받으러 가면서도 우물에 가는 양 '물을 떠 온다'고 말한다.
언젠가 식당마다 늘어나는 '물은 셀프'를 볼 때마다 손님에게 스스로 물을 떠 먹으라고 하느냐며 야박해진 물 인심을 탓했던 기억이 난다.하지만 외국인의 눈을 통해 본 우리의 물 인심은 야박하지 않았다.오히려 깨끗한 물을 마음껏 떠 먹으라고 하는 넉넉한 물 인심을 자부해도 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