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4월부터 바이오벤처 의약품 직접판매 길 열려

경기도 성남에 있는 바이오벤처 지엘팜텍은 2005년 기존 치료제의 제품 형태를 바꾼 고지혈증 치료제를 개발했다.

지엘팜텍은 이 제품에 대한 권리를 국내 한 제약사에 팔았다.

현재 이 약품은 연간 4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당시 지엘팜텍이 이 제약사로부터 받은 금액은 1억5000만원뿐이다.

최상규 지엘팜텍 이사는 6일 "당시 제품의 시장성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했지만 공장이 없는 바이오벤처들은 의약품을 개발해도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없어 제약사에 제품을 헐값에 넘길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바이오벤처들의 이 같은 어려움이 내년 4월부터는 해소될 전망이다.

공장이 없어도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발표한 약사법개정안에서 '의약품 제조업 허가'와 '품목 허가'를 나누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정부가 정한 우수의약품제조기준(KGMP)을 충족시키는 공장을 세워 의약품 제조업 허가를 받은 기업들만 개별 의약품에 대한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었다.

의약품 제조 공장을 짓는 데는 많게는 수백억원이 든다.

자금력이 달리는 바이오 벤처 입장에서는 공장을 지을 돈이 없어 자신의 브랜드를 단 의약품을 생산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 법 개정으로 바이오벤처들은 굳이 공장을 짓지 않아도 의약품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바이오벤처협회 관계자는 "기술력만 있으면 얼마든지 의약품을 개발해 이를 시장에 직접 파는 게 가능해졌다"며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미니 제약사'도 다수 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들 미니 제약사는 기존 제약사들의 생산 설비를 적극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승규 포휴먼텍 대표는 "바이오벤처가 독자적으로 의약품 허가를 획득한 뒤 KGMP 설비를 갖춘 제약사에 생산을 아웃소싱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성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 벤처업체들로부터 수주한 의약품만 전문으로 생산하는 의약품 생산 대행업체도 등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일반 제조업 분야에서 보편화돼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방식이 의약품 분야에서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한편 복지부는 이번 법 개정의 취지가 신약 개발 지원에 있는 만큼 제네릭 의약품(오리지널 신약을 모방한 카피약)에 대해서는 제조업 허가와 품목 허가 분리를 적용하지 않을 계획이다.

손 쉽게 만들 수 있는 제네릭 의약품에도 이 규정을 적용하면 도매상들까지 제네릭 의약품 허가를 획득해 시장 질서가 문란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