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국세청이 사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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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군표 국세청장에 대한 상납 의혹이 처음으로 불거졌던 지난달 23일.지방 국세청에 대한 국회의 국정 감사가 열린 수원 중부청에서 만난 한 간부에게 "수천만 원을 받는 게 가능한 일이냐"고 묻자 펄쩍 뛰며 이렇게 말했다.
"지방 청장이 한 100만원 정도 드리고 갔다면 모를까,수천만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그것도 인사 청탁을 위해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지금이 도대체 어느 때냐"는 것이었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행적인 상납 문화가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칠 뒤 본청에서 들은 또 다른 간부의 얘기도 국세청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간부는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1억원을 받고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청장에 대해 "혹시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게 조직 문화"라며 정 전 청장이 왜 그런 진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 전 청장 관련 의혹이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그럴(1억원을 받을) 분이 아닌데…"라던 반응과 180도 달라진 평가였다.
지난 보름 동안의 검찰과 전군표 청장 간 진실 공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유ㆍ무죄야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명목이 어쨌든 조직의 수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세청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직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 쳤음은 물론이다.
"너희들 아직도 그러냐"라는 친구들의 비아냥을 받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는 젊은 직원들도 있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던 상납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민들은 다시 국세청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청장에게 고언 한 마디 못한 채 "검찰이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할 때가 아니다.
후임 청장이 외부에서 수혈돼 고강도 쇄신에 나서든,국세청의 '간절한' 희망대로 내부에서 승진하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야만 이번 사태로 추락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
"지방 청장이 한 100만원 정도 드리고 갔다면 모를까,수천만 원을 여러 차례에 걸쳐 그것도 인사 청탁을 위해 준다는 건 말도 안 된다.
지금이 도대체 어느 때냐"는 것이었다.
많이 나아졌다고 하지만 아직도 관행적인 상납 문화가 남아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며칠 뒤 본청에서 들은 또 다른 간부의 얘기도 국세청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이 간부는 부산의 건설업자 김상진씨로부터 1억원을 받고 구속된 정상곤 전 부산청장에 대해 "혹시 자신이 잘못되더라도 끝까지 입을 열지 않는 게 조직 문화"라며 정 전 청장이 왜 그런 진술을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정 전 청장 관련 의혹이 보도되기 전까지만 해도 "절대로 그럴(1억원을 받을) 분이 아닌데…"라던 반응과 180도 달라진 평가였다.
지난 보름 동안의 검찰과 전군표 청장 간 진실 공방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유ㆍ무죄야 법원에서 가려지겠지만 명목이 어쨌든 조직의 수장이 부하 직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국세청의 이미지는 실추됐다.
직원들의 사기가 곤두박질 쳤음은 물론이다.
"너희들 아직도 그러냐"라는 친구들의 비아냥을 받고 딱히 할 말이 없었다는 젊은 직원들도 있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졌던 상납 문화가 완전히 사라졌는지 지금 시점에서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국민들은 다시 국세청에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조직에 대한 충성심으로 똘똘 뭉쳐 청장에게 고언 한 마디 못한 채 "검찰이 이럴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할 때가 아니다.
후임 청장이 외부에서 수혈돼 고강도 쇄신에 나서든,국세청의 '간절한' 희망대로 내부에서 승진하든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국민에게 보여줘야 할 때다.
그래야만 이번 사태로 추락한 신뢰를 조금이나마 다시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류시훈 경제부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