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영국에서 쓰이는 '원어민 영어'만 배우면 충분한 시대가 끝났다.

갈수록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이 비즈니스에 참여하면서 각국의 문화적 차이 등으로 의사 소통에 문제를 겪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을 제대로 하려면 미국인도 '인도식''러시아식' 영어를 거꾸로 배워야 할 정도다.

이로 인해 국가별로 다른 영어 활용법을 익히는 게 기업의 급선무로 떠올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5일 보도했다.

비즈니스 영어 교육업체 요크어소시에이츠는 최근 학습 프로그램을 새롭게 보강하고 있다.

각국의 문화적 차이와 영어 활용법을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가르치기 위해서다.

최근 에스토니아 기업을 인수한 스웨덴의 한 은행 직원들도 마찬가지.에스토니아 사람들에게 일을 시킬 때는 '반드시 해야 한다'라고 강하게 표현할 것을 가르친다.

권위주의에 익숙한 에스토니아 사람들에게 일반적 영어식 표현인 '하면 좋겠다'라고 말하면 일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49개국에 지사를 두고 있는 미국의 컨설팅업체 컴퓨터사이언시스코프는 최근 유럽 지사에서 한 프랑스 직원이 영국 직원의 유머를 이해하지 못해 문제를 일으키자 사내 영어 교육 프로그램을 강화했다.

국가별로 특징적인 발음도 원어민들에게는 골칫거리다.

미국 온라인 영어강습 업체인 글로벌잉글리시는 65개국 사람들의 독특한 발음을 반영한 영어 교재를 제공하고 있다.

신문은 다국적 기업과 해외 아웃소싱이 늘어나면서 각국의 발음과 문화적 차이는 더욱 부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르셀로미탈의 크리스천 스탠더트 경영책임자는 "단순히 영어 문법이나 어휘 공부만으로는 업무에 필요한 의사 소통을 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