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후보로 선출된 지 3주일이 지났건만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

한나라당 분열이라는 호재 속에서도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목표했던 20% 돌파는커녕 일부 조사에선 10% 초반까지 떨어졌다.

당초 구상했던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의 양강구도 형성은 고사하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에게도 밀려 3위로 추락했다.

여론의 관심권에서 점차 멀어지는 형국이다.

문제는 위기에서 벗어날 마땅한 반전 카드가 없다는 점이다.

중도통합이라는 자신의 색깔마저 뒤로 한 채 '좌로 이동'을 거듭하며 전통적인 지지층인 개혁세력에 다가섰지만 반응은 냉담하다.

영어과목 제외와 수능 폐지 등 잇달아 내놓고 있는 파격적인 정책도 '이회창 정국'에 묻혀버렸다.

이념과 정책 차별화라는 승부수가 전혀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6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워크숍에서도 위기감이 그대로 묻어났다.

정 후보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위기 속 기회'로 규정한 뒤 "제가 똑똑하게 잘 했으면 10년 전 부패세력이 다시 발호하는 기막힌 역사의 역설을 막아낼 수 있었을텐데 국민 앞에 석고대죄하고 반성한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해찬 공동선대위원장도 "올 대선은 1997년과 2002년 대선보다 어려운 선거"라고 진단했다.

참석자들은 부패 대 반(反)부패,과거 대 미래 전선을 선명히 해가며 부동층을 최대한 흡수하는 전략을 통해 막판 대역전을 이루자고 다짐했다.

정 후보가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와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반부패연석회의'를 제의한 것은 이의 연장선상이다.

범여권이 마침 터진 삼성 비자금 의혹을 계기로 '차떼기당'의 오명을 안고 있는 한나라당을 부패세력으로 규정,이 후보와 이 전 총재를 싸잡아 공격함으로써 반한나라당 연합전선을 구축하겠다는 계산이다.

반부패 연대를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고리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지만 각 후보의 셈법이 달라 성사 여부는 미지수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