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고기를 기름에 튀기는 조리법을 개발한 사람은 커널 샌더스다.

1930년 그는 미국 켄터키주 한 조그만 도시의 주유소에서 일하면서 여행객들에게 튀긴 닭고기를 선보였는데,의외로 반응이 좋자 아예 식당을 차렸다.

그러나 1년도 되지 않아 도시계획으로 식당이 철거되는 바람에 무일푼이 되어 떠돌다가,마침내 켄터키 프라이드 치킨 1호점을 세우게 된다.

그의 나이 65세 때였다.

이후 프라이드 치킨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 잡으면서 각국으로 급속히 번져 나갔다.

우리나라에는 1984년 서울 종로에 1호점이 세워졌다.

여름철 보양식으로 끓여서 백숙으로만 먹던 한국인들에게 튀긴 닭고기는 별미여서 햄버거 만큼이나 인기를 끌었다.

이제는 수많은 국내 업체들이 우리 입맛에 맞는 다양한 양념 통닭을 개발해 프랜차이즈 형태로 전국 매장에 공급하고 있다.

치킨은 간식이나 야식에서 단연 으뜸으로 꼽히며,맥주 안주로도 제격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다.

웬만한 동네 모퉁이마다 치킨호프집이 들어서 있는 것만 봐도 맥주와 치킨의 궁합을 알 만하다.

다음 주에는 그동안 닫혔던 평양에도 치킨점이 들어선다는 소식이다.

남북 합작으로 평양 중심가인 개선문 인근에 개설되는데 이곳에서는 닭요리와 함께 대동강 생맥주도 팔 것이라고 한다.

전화로 주문하면 배달도 가능해 광고표지의 조끼를 입고 오토바이로 시내를 질주하는 사내들의 모습이 시민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가 될 것 같다.

한국인들이 닭에 대해 갖는 정서는 각별하다.

귀한 손님이나 사위가 왔을 때,극진한 대접의 상징이 씨암탉이었으니 그럴만도 하다.

또한 씨암탉은 달걀을 낳고 병아리를 품는 것이어서 재산의 의미도 강했다.

이처럼 소중했던 닭이 지금에 와서는 퓨전음식으로 거듭나면서 미각의 즐거움을 선사하고 있다.

서울에 등장한 지 20여년 만에 평양에서도 선보이는 프라이드 치킨이, 우리 고유의 어떤 소스를 첨가해 과연 무슨 맛을 낼지도 관심이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