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차ㆍSUV 판매 얼마나 늘어날지

경차 규격 커지는데 수요증가 할까

내년 자동차 내수 5년만에 최대?
'고유가와 고물가로 소비심리 위축이 예상되는 등 경기 악재 속에서도 내년 자동차 내수판매가 5년 만에 최대 호황을 맞는다?'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산하 한국자동차산업연구소가 6일 '2008년 경영환경 전망'을 통해 내년 자동차 내수판매가 2003년 이후 최고치인 136만대에 달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다.

내수 판매를 끌어올릴 요인으로 △민간소비 및 노후차량 교체수요 증가 △신차 출시로 대형차 및 스포츠유틸리티 차량(SUV) 수요 증가 △경차 규격 확대 등을 꼽았다.

하지만 이 같은 낙관론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먼저 내년 내수 판매가 136만대에 달할 것이라는 대목이다.

연구소는 "민간소비 증가와 신차 효과 등에 힘입어 내년 국내 자동차 시장이 올해보다 6.3% 성장한 136만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신차 판매는 2002년 162만대로 정점에 달한 뒤 △2003년 131만8000대 △2004년 109만3000대 △2005년 114만2000대 △2006년 116만4000대 등을 나타냈다.

올해는 128만대에 달할 것으로 자동차산업연구소는 추정했다.

이런 전망에 대해 현대차 내부에서조차 "과장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연말 밀어내기 관행을 감안해도 올해 내수판매는 123만대나 124만대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내년에는 유가와 금리 상승이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은 데다 주식시장이 활황을 보일수록 판매가 줄어드는 경향도 있다"며 "136만대 판매는 무리"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노후차량 교체수요 부분이다.

지난 5월 현재 국내 승용차 평균 차령은 7.3년,10년 이상된 차량 비중은 29.7%(483만대)로 신차 교체 주기인 6년5개월(2006년 현대차 소비자 의식조사 기준)을 넘긴 차량이 많다는 것이 연구소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대우자동차판매의 한 임원은 "국산차의 내구성이 좋아져 해마다 교체주기가 길어져 현재는 7~8년가량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대규모 교체 수요는 기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대형차와 SUV 판매가 늘 것이라는 예측에 대해서도 논란이 있다.

연구소는 "현대차 제네시스와 쌍용차 W200,기아차 모하비 등의 출시로 대형차와 SUV의 판매 증가폭이 중소형 차보다 높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업계 관계자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보고 있는 상황에서 중소형차에 비해 기름을 많이 먹고 차값이 비싼 대형차와 SUV로 수요가 몰릴지는 의문"이라고 반론을 폈다.

마지막으로 경차 수요 증가다.

경차 규격이 현재의 배기량 800cc 미만에서 내년부터 1000cc 미만으로 바뀜에 따라 GM대우 마티즈에 이어 기아차 모닝까지 경차로 인정받아 세금감면 등 각종 혜택을 받게 된다.

그만큼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게 연구소의 전망이다.

올들어 지난달까지 마티즈 판매량은 4만4047대로 월평균 4400여대에 불과하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는 엔트리카(생애 최초로 구입하는 차량)가 경차가 아닌 아반떼급"이라며 "모닝의 편입으로 경차 시장이 다소 커질 수 있지만 수요 증가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