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장고 끝에 '대권 3수'에 나선다.

이 전 총재가 7일 기자회견을 갖고 출마를 선언하면 선거를 40여일 앞두고 대선 구도는 급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수 진영은 실용을 내세운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 전 총재 중심의 '구 보수연합'그룹으로 양분이 불가피해졌다.

중도ㆍ개혁성향의 범여권과 함께 대선 구도는 3자 정립의 형국을 보이면서 정치권의 합종연횡이 가속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창(昌)의 과제는=우선 1997,2002년에 이어 세 번째 이뤄지는 이번 대선 출마의 명분이 약하다는 게 걸림돌이다.

이명박 후보가 낙마할 것에 대비한다는 이른바 '스패어 후보론'만으론 설득력이 약하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다.

특히 10년 만의 정권교체를 기치로 내건 보수진영의 분열 우려를 어떻게 불식시킬 것인가는 그의 앞에 놓인 최대숙제다.

이 전 총재 측 이흥주 특보가 6일 "기자회견은 국민이 '이회창이가 왜 저리 나섰는가'를 생각하고 인식할 수 있게 하는 말씀이 주가 되지 않겠느냐"고 한 것은 이를 의식한 발언이다.

'차떼기' 등으로 대표되는 대선자금 문제도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이다.

이명박 후보 측은 끝까지 물고 늘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권도 십자포화를 퍼붓고 있다.

◆성공할까=출마 선언을 하기도 전에 이미 20%를 넘은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그대로 이어갈지 여부에 대해선 시각이 엇갈린다.

이명박 후보 측은 범여권 등의 '작전세력'이 개입한 데 따른 착시현상으로,실제 출마할 경우 급전직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 전 총재를 지지하는 한나라당 성향의 지지층이 막상 탈당하게 되면 상당수가 그를 따라가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하고 있다.

코리아리서치 이지연 이사는 "급격하게 올라온 만큼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보는 게 상식"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한귀영 실장은 "이 전 총재 지지층의 충성도가 강한 만큼,무소속으로 출마하더라도 20% 지지도를 안고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독자 후보 완주의 관건이 되는 30%대를 뚫을 수 있을지에 대해 한 실장은 "쉽사리 점칠 수 없다"고 했다.

출마 선언 1주일 후의 지지율이 이 전 총재 성공 여부의 1차 분수령이 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3각구도 재편=현재의 여론 지지율로 볼 때 이번 대선은 이명박 후보와 이 전 총재,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의 3각 대결구도가 불가피하다.

최근 주요 언론사 여론조사 결과 50%대의 이 후보 지지율은 40% 선으로 내려 앉은 대신 이 전 총재는 이 후보에게 다가서 있다.

20%를 넘나들던 정 후보의 지지율은 10%대로 밀려났지만,단일화 여부에 따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최근 이 전 총재와 박근혜 전 대표,고건 전 국무총리에게 내각제 정부 수립을 위한 '4자 연대'를 공식 제안한 것을 감안하면 대대적인 정계개편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