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4시(현지시간) 중동의 작은 나라 카타르.눈이 따가울 정도로 강한 햇살과 섭씨 35도를 넘나드는 열기가 다소 수그러들자 수도인 도하 시내 전체가 갑자기 시끌벅적해졌다.

파란색 작업복에 흰 안전모를 쓴 인도와 파키스탄 노동자들이 하나 둘씩 나타나더니 어느새 신시가지 곳곳이 건설 근로자들로 가득 찼다.

땅을 파헤치는 포클레인 소리와 흙먼지를 날리는 덤프트럭의 분주한 움직임,철골재를 운반하는 노동자들의 발걸음은 새벽까지 환하게 밝혀진 불빛 아래 계속 이어졌다.

카타르 도하는 '공사중'이었다.

어느 곳을 가건 공사로 끊긴 길이 많아 어림짐작으로는 도착 시간을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한국의 금융감독위원회와 성격이 비슷한 카타르금융센터(QFC)로 가는 길도 그랬다.

공사장으로 둘러싸인 QFC 빌딩을 눈앞에 두고도 주위를 몇 바퀴 돈 뒤에야 차에서 내릴 수 있었다.

중동 지역의 경제 중심지를 차지하려는 '허브 경쟁'은 아라비아반도 동쪽의 작은 반도국 카타르에서도 전방위로 진행되고 있었다.

카타르는 QFC를 만든 뒤 2년여 만에 64개에 달하는 외국 금융회사들을 유치할 정도로 중동의 새로운 금융 맹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이 인천 부산 송도 등 3개 경제자유구역에 외국 자본을 제대로 끌어들이지 못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금융과 관련된 법과 규제를 영국에서 도입하고 외국의 금융전문가들을 감독책임자로 영입하는 글로벌화를 추진한 결과다.

전 세계 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한 곳으로 끌어모으는 에너지 도시 프로젝트는 카타르가 세계 처음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이다.

미국의 유명 대학 캠퍼스가 들어서 있는 교육도시를 만들고,외국인들이 학교와 병원,쇼핑에 대한 걱정 없이 자유롭게 생활할 수 있는 최고급 주거지를 조성하는 등 '꿈의 프로젝트'들이 카타르 도하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카타르를 포함한 중동 지역에서는 향후 10년간 1조달러(910조원)가 넘는 프로젝트가 쏟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석유 이후의 새로운 수익 모델을 찾으려는 중동 국가들의 노력이 오일 붐과 맞물리면서 개발 열기가 곳곳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다.

도하=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