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인 세중나모여행의 천신일 회장(64)이 100억원대의 개인 재산 사회환원 약속을 지켰다.

천 회장은 7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기부증서 전달식'을 갖고 보유 주식 50만주에 해당하는 금액을 대학과 단체에 기부했다.

천 회장이 이날 기부한 주식 금액은 지난해 10월 기부하기로 약정한 개인 보유 지분 110만주 중 보호예수가 풀린 1차분 50만주로 63억5000만원 규모다.

천 회장은 이들 주식을 국내외 기관투자자에 장외 매각해 기부 금액을 마련했다.

주당 매각 단가는 1만2700원.지난해 기부 약정 당시의 평균 주가 1만310원보다 23% 높은 것으로 이들 단체는 더 많은 돈을 받게 됐다.

이날 기부금은 고려대 정경대 제2정경관 건립 기금(4만5000주),고려대 박물관 발전 기금(3만5000주),고려대 교우장학회(5만주),연세대 동문장학회(5만주),포스텍(포항공대ㆍ4만5000주),국립중앙박물관회(2만2500주),한국민속박물관회(1만5000주),청소년 레슬링 육성지원단(2만주),청소년 국제여름마을 한국협회(2만주) 등에 전달됐다.

"기업인으로 살아 온 35년여 동안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분들에게 받은 큰 덕을 사회에 돌려 줄 수 있게 돼 기쁩니다.

기부 약정한 나머지 주식 60만5000주도 보호예수가 풀리는 내년 중 모두 기부할 것입니다."

천 회장의 이번 기부는 회사 돈이 아니라 사재를 털었으며 아무런 조건과 대가 없이 기부했다는 점에서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천 회장의 재산 사회 환원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그는 지난 20여 년 동안 남몰래 기부 활동을 해 온 보기 드문 '큰손'이었다.

1985년에는 포스텍에 학교 부지 6만3000여평을 무상 기증했고 모교인 고려대를 비롯 포항공대 국립중앙박물관회 등에도 10억원이 넘는 돈을 쾌척했다.

천 회장의 기부 활동은 그동안 그를 믿고 지원해 준 기업인들의 지원과 가르침에서 비롯됐다.

특히 1970년대 초 제철화학을 세울 때 박태준 포항제철 전 회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고 지금의 여행 사업은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지원에 크게 힘입었다.

천 회장은 주변 사람들의 물적 심적 도움과 함께 경영 철학도 배운 행운아였다고 말한다.

"기업은 이익을 내야 하고,이익의 일부는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그분들의 가르침을 실천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제 '작은 뜻'을 받아 준 대학과 단체들에도 고맙습니다."

천 회장은 문화 유산에 대한 관심도 각별하다.

고서화를 좋아해 자주 찾던 인사동 골동품 가게에서 일본인들이 우리 석조 문화재를 사려고 흥정하는 것을 보고 어떻게 일본인에게 우리 유산을 팔 수 있느냐며 멱살잡이까지 한 끝에 그 자리에 있던 석물을 모두 사들였다.

이후 모은 수집품으로 2000년 용인에 세중옛돌박물관을 차렸으며 일본으로 유출됐던 석조 유물까지 환수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사재를 들여 서울 성북구에 세중문화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문화관광부 등록 유물 180점을 소장하고 있다.

글=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