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변동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코스피지수 기준으로 하루 30~40포인트 등락은 예사다.

7일에도 코스피지수는 오전장에 30포인트 가까이 오름세를 보이다가 오후장 들어 하락 반전,11포인트가량 하락한 채 마감됐다.

이날 지수 변동폭을 전일 종가로 나눈 변동성도 2.04%에 달했다.

이 때문에 투자자들이 매매 포지션을 잡기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추가 조정받을 것 같아 매수를 늦추면 곧바로 반등해버리고,반등 분위기에 휩쓸려 추격 매수하면 다시 하락하는 장세가 연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변동성이 커지는 박스권 장세가 불가피하다"며 "섣부른 매매보다는 관망하며 대응하는 자세가 바람직하다"고 권유했다.


◆변동성이 커지는 이유

김영익 하나대투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수급과 펀더멘털의 충돌로 설명했다.

"펀더멘털로 보면 시장이 너무 빠르게 올라온 것이 사실이지만 여전히 수급 사정이 좋아 둘 간의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김 센터장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펀더멘털 지표인 경기선행지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이미 9월부터 둔화되고 있으며,다른 경제지표들도 올 4분기나 내년 1분기 초가 단기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이는 점은 분명히 악재 요인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펀드에 넣는 자금이 끊임없이 늘어나고 있는 데다 연기금과 기관들도 적극적으로 주식 매수에 나서고 있어 유동성이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 얘기다.

김 센터장은 "과거에도 대세상승장에서 경기지표가 안 좋게 나타날 때는 항상 박스권 조정장이 이어지는 국면이 발생했다"며 "경기선행지수가 반전되는 내년 1분기까지는 기간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말했다.

증시 전망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김 센터장과 이남우 메릴린치 리서치센터장처럼 낙관론자들 사이에선 넘쳐나는 유동성의 힘이 워낙 강해 시장에 쉽게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남우 센터장은 "최근 버블 우려에도 전 세계적으로 보면 성장의 축이 중국 등 신흥시장으로 옮겨갔다는 믿음은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도 3분기 실적을 보면 환율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출 관련 블루칩들의 실적이 생각보다 좋게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신흥시장으로 몰리는 유동성으로 인해 최근 미국 등 선진국 증시가 조정받는 와중에도 신흥국 증시는 짧은 조정에 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이종우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5년간에 걸쳐 주가가 오르기만 하니까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하락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사라진 상태며 한마디로 관성의 힘에 의해 증시가 오르고 있다"며 "이 같은 상태는 반대로 보면 아주 위험한 국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문제는 내년인데 올해에 비해 시장 밸류에이션이나 유동성,경기 전망이 모두 좋지 않다"고 주장했다.

◆중국 변수와 향후 주도주는

전병서 한화증권 리서치본부장은 "증시에서 중국 변수는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 문제라기보다 정부의 정책 변수"라며 "크게 염려할 문제는 아니다"고 못박았다.

그는 "중국 정부는 과거에도 주가가 급하게 오를 때는 3개월 정도에 한번씩 과열 분위기를 식히려는 정책을 하나씩 내놓곤 했다"며 "이번 증시 조정의 빌미가 된 중국 내국인의 홍콩 주식 투자 허용 연기 방침도 이런 차원에서 해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주도주에 대한 전망은 다소 상반된다.

김 센터장은 "키포인트는 환율인데 원화 환율이 떨어지면서 수출 비중은 줄고 반대로 내수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렇게 본다면 2009년까지는 정보기술(IT)보다는 내수 관련 대형주와 금융주가 좋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금융주 가운데서는 특히 증권 보험주가 내년에 강하게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이남우 센터장은 "그동안 국내 기관과는 정반대로 IT 자동차 은행주를 많이 편입한 외국인조차 지금의 포트폴리오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지,아니면 국내 기관처럼 성장주에 뒤늦게나마 편승해야 하는지 아주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