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팅 컨설턴트로 유명한 미국의 페이스 팝콘은 말했다.

'우리는 소비문화 속에 산다.

구매 대상과 패턴을 바꾸면 사람도 바뀐다.

'그런 영향일까.

21세기 초 대한민국엔 뜨겁고 거센 명품 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옷 가방 구두는 물론 아파트와 도시,심지어 인생까지 명품 타령이다.

새로 짓는 아파트 치고 명품아파트 아닌 곳이 없고,크고 작은 지자체 할 것 없이 명품도시를 건설한다고 야단이다.

'명품인생을 살라'고 하는가 하면 '명품인생을 만드는 법칙'도 나왔다.

여기도 명품 저기도 명품이다.

도대체 명품이란 무엇인가.

접두어처럼 갖다 붙이기만 하면 되는 건가.

세계 3대 도자기 명가(名家)라는 영국 웨지우드사의 창업주 후손인 토머스 웨지우드가 명품의 조건으로 '역사ㆍ품질ㆍ철학'을 꼽았다고 한다.

철학을 바탕으로 한 품질이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질 때,곧 '역사 속에서 축적된 이야기'가 구전될 때 명품이 된다는 것이다.

웨지우드의 역사는 248년.지난해 매출은 9900억원에 이른다.

웨지우드의 정의는 제품을 내놓는 건 회사지만 명품을 창출하는 건 시간의 검증과 소비자의 평판이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명품 가방,명품 아파트,명품 도시는 생산자,건설회사,행정당국자 멋대로 붙이는 게 아니라 써본 사람,살아본 사람,그곳에서 활동해본 사람에 의해 판가름난다는 얘기다.

접시 하나,구두 한 켤레의 품질과 이미지를 유지하는데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마당이다.

반짝 하고 뜨는 물건,광고를 이용한 비싼 아파트,화려한 도시는 쉽게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비자와 주민이 두고두고 만족하고 자랑스러워 할 명품은 철학 없는 욕심만으로 이뤄질 수 없다.

좋은 대학에 붙었다고,연봉 많은 직장에 들어갔다고,한 시절 승승장구한다고 명품인생이 되는 것도 아니다.

눈 감기 전까지는 누구도 입찬 소리를 못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예는 많다.

대선 정국이 온통 뿌옇다.

과연 누가 철학을 바탕으로 역사 속에 구전될 이야기를 남길 명품 후보인지 잘 판단해야 할 때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