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파괴력은 얼마나 될까.

역설적으로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전 대표에게 달렸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이 후보가 BBK문제를 비롯한 여권의 검증 공세에 얼마만큼 타격을 받을지,박 전 대표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등이 결정적 변수라는 얘기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주목되는데,이 전 총재는 이날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해 그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파괴력은=전문가들의 전망은 이 전 총재의 앞날에 대해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의 지지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있지만,당선될 만큼의 상승 탄력을 받을지에 대해선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과거 이 전 총재를 도왔고,한나라당 '책사'로 통했던 윤여준 전 의원은 "출마선언 직후 어느 정도 지지율 상승세가 이어질지는 모르지만,당선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치컨설팅사인 민기획의 박성민 대표는 "박 전 대표의 전격적인 도움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급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이 전 총재의 지지자들 중 고령층이 많고,이념 성향상 우측으로 너무 가 지지층 넓히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 후보의 지지율이 최근 30%대 후반까지 내려갔는데,40% 전후에서 고착화된다면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해석했다.

한귀영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실장은 일단 "강경 보수 위주인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의 충성도가 높아 최근 20%대의 지지율에 거품이 끼었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온건 보수나 중도층은 정권 교체를 하는 데 이 후보와 이 전 총재 중 누가 더 유리할지를 고민할 것"이라며 "이 전 총재가 지지율 30%를 확보하기에는 험난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김경준 전 BBK대표가 귀국하는 이달 중순이나 대선 후보 등록일인 25~26일께 판세를 가를 전기를 맞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중도사퇴 없다"=이 전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도중에 적당히 빠져 나올 생각이 없다"며 중도 사퇴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러나 그의 대선 행보의 끝은 쉽사리 장담할 수 없다.

관건은 지지율인데 출마 선언 후 20%대에서 정체하거나 더 하락하면 단일화로 방향을 틀 수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 후보가 김경준씨 귀국 이후에도 BBK주가조작의혹 사건으로 결정적 타격을 입지 않게 되면 완주할 명분도 사라진다.

그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후보와 선의의 경쟁을 벌일 것"이라며 "정권교체를 이루기 위해 이 길밖에 없다는 상황이 온다면 '살신성인'의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이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그러나 범여권의 지지율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그의 지지율이 더 이상 하락하지 않는다면 이 후보와의 양강 구도를 확립,승패 여부를 떠나 완주할 가능성도 있다.

홍영식/이준혁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