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시중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증가액이 2000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은행들의 중기 대출 경쟁이 여전한 데다 제2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위축되면서 일부 자금 수요가 은행권으로 몰린 탓이다.

한때 주춤했던 가계 대출도 올 들어 최대 증가폭을 나타내는 등 다시 증가 속도가 빨라졌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10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중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은 8조2499억원 증가했다.

이는 2000년 12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사상 최고치다.

중기 대출은 지난 6월 8조원 늘어난 후 두 달 연속 증가폭이 3조원대로 둔화됐으나 9월 다시 7조원대를 기록하는 등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달 중기 대출이 급증한 것은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을 경쟁적으로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부가세 납부용 자금 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은행권의 부동산 PF 대출이 증가하고 일부 중소기업들이 기업 인수ㆍ합병(M&A)에 나서면서 차입이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파악됐다.

한은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에서 주로 취급하던 PF 대출이 위축되자 일부 수요가 은행 대출 쪽으로 옮겨왔다"고 말했다.

다만 대기업 대출은 1조2400억원 늘어 전달의 1조8000억원에 비해 증가폭이 둔화됐다.

지난달엔 중기 대출뿐 아니라 가계 대출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은행의 가계 대출 증가액은 3조9000억원으로 지난해 12월 4조9800억원 증가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가계 대출은 지난 8월 3조4000억원 증가한 이후 9월에는 9000억원 증가에 그쳐 다소 주춤한 듯했으나 10월 들어 다시 큰 폭의 상승세로 돌아섰다.

특히 마이너스 통장 대출 등은 추석 연휴에 카드 사용대금 결제 수요 증가와 은행의 신용대출 확대 노력 등으로 지난달 2조8000억원 급증했다.

이는 2002년 10월(3조3000억원 증가) 이후 최고치다.

주택담보 대출은 가을철을 맞아 이사 및 결혼 등 계절적 요인으로 주택 거래가 늘어 1조1000억원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2월(3조1800억원 증가) 이후 가장 컸다.

한편 이 같은 대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은행의 수신 여건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10월 중 은행의 수시입출식 예금 증가액은 9000억원으로 9월(5조1000억원)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은행들은 예금만으로는 부족한 대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양도성 예금증서(CD)와 은행채 발행을 늘렸다.

이에 따라 지난달 CD는 3조2000억원,은행채는 2조9000억원 증가했다.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높아져 수익성 악화가 우려되는 부분이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