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0여일'.기업들이 올 한 해 땀흘려 지은 농사의 성패가 결정나기까지 두 달이 채 안남았다.

휴일 등을 빼면 사실상 한 달 남짓한 기간에 2007년 사업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더구나 이 짧은 기간의 성적표가 연말연시 인사를 좌우한다는 생각에 요즘 기업 임원들은 밤잠을 설치기 일쑤다.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국제유가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원ㆍ달러 환율 탓에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일수록 긴장감은 높아지고 있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올 한 해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원가절감 노력을 통해 연초 세운 실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 유가와 원화가치가 워낙 가파르게 치솟고 있어,기업들이 쉽게 마음을 놓지 못한 채 막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미래 성장동력이 될 신수종 사업과 '황금어장'이 되어 줄 신시장을 찾아내는 데도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막판 스퍼트' 나선 기업들

삼성그룹은 올해 원ㆍ달러 환율 하락과 D램값 급락,후발업체의 거센 추격 등으로 유난히 힘든 한 해를 보내고 있지만 강력한 인력 및 사업 구조조정 등에 힘입어 올 목표인 '매출 150조원 이상,세전이익 10조원 이상' 달성은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력 계열사인 삼성전자의 실적이 우려와 달리 양호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유가와 환율 급락이 당분간 지속되는 등 내년 경영 여건이 올해보다 결코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비상경영체제를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현대ㆍ기아차는 '환율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대대적인 원가절감을 통한 체질 개선 작업을 벌이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차량 설계 단계에서부터 불필요한 비용과 공정을 줄이는 등 전사적인 원가절감 및 수익성 개선 노력을 기울인 결과 비용을 크게 줄이고 있다"며 "목표 달성을 위해 막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라고 말했다.

SK그룹은 '전 계열사 흑자'와 '매출 70조원 돌파'라는 2가지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조직 개편과 투자 확대를 통한 글로벌화에 매진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도 올해 미국 유럽 중동 남미 등을 돌며 활발한 글로벌 현장경영을 벌이고 있다.

LG전자 LG필립스LCD LG화학 등 주력 계열사 '3인방'이 예상보다 좋은 성적을 낸 LG그룹은 적자 상태인 PDP사업 등 미진한 분야의 정상화와 고객 및 마케팅 중심의 조직 재편,비즈니스 역량의 글로벌화에 총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포스코는 원료가격 및 유가 상승에 맞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확대와 극한적인 원가절감 활동에 더욱 박차를 가하기로 했다.

원가절감 목표를 한층 높여 잡는 등 수익성 위주의 경영을 펼친다는 구상이다.

◆신성장동력,신시장 찾기에 골몰

삼성은 기존 사업에 안주하지 않고 신사업을 적극 발굴하고 필요하다면 기업 인수ㆍ합병(M&A)에도 나서기로 했다.

최근 그룹 내 '신수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으며 프린터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 태양광사업 등 중장기 성장동력을 찾아 나서고 있다.

현대ㆍ기아차는 미국 유럽 중국 인도 등에서 해외 생산거점 신설 및 증설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브라질에 CKD(반조립 제품) 방식으로 현대차를 수출한 데 이어 철수한 지 10년 만에 태국 시장에 재진출하고,러시아에 완성차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성장 잠재력이 풍부한 신흥시장 개척에 공을 들이고 있다.

연료전지차 등 미래형 차량 개발에도 시간과 돈을 쏟아붓고 있다.

SK는 에너지ㆍ화학 분야의 신제품 및 신기술 개발,차세대 융ㆍ복합 통신서비스,첨단 신소재 개발,생명과학 분야 육성 등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을 얻기로 했다.

LG화학은 고유가와 환율 급락에 따른 충격을 이겨내기 위해 대형 신규 사업 및 M&A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포스코도 얼마 전 베트남과 멕시코에 각각 냉연공장과 자동차강판공장을 착공하고 인도에 일관제철소 건설을 추진하는 등 성장을 위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연료전지 분야를 비롯한 신성장동력 찾기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대우건설 인수로 몸집을 키운 금호아시아나도 성장 모델을 완성한 만큼 신시장 개척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환골탈태'에 성공한 하이닉스는 차세대 '먹거리' 발굴을 위해 차세대 반도체로 불리는 Z램과 P램 공동 연구개발을 시작했다.

이 회사는 오는 2017년까지 D램과 낸드플래시를 제외한 신규 사업 비중을 30%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