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啓 炯 < 한국표준협회장 lgh@ksa.or.kr >

지난해 중국의 조그마한 도시 둥잉(東營)에 다녀왔다.

중국 승리유전이 위치한 곳으로 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1만달러 수준이고,도시 기반도 잘 갖춰져 있었다.

그러나 외적 인프라보다는 그곳 호텔의 서비스에서 깊은 인상과 감동을 받았다.

그 호텔 시설은 화려하지 않고 소박했다.

여느 시설은 일반 호텔과 차이가 없었는데,그곳 욕조 물 위에는 5개의 꽃잎이 띄워져 있었다.

한참 동안 그 꽃잎들을 바라보았다.

가볍게 넘길 수 있었지만,과거와는 사뭇 다른 중국인의 세심한 정성과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출장길의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책을 한 권 가지고 갔다.

호텔 소파에서 읽다가 책을 펼쳐 놓은 채로 외출했는데,객실에 돌아와 보니 책을 펼쳐 놓았던 페이지에 아름다운 책갈피를 꽂아 곱게 접어서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 세심한 손길에 또 한번 감동했다.

만찬 행사를 끝내고 침대에 들려고 하니 빨간 장미 한 송이와 카드가 침대 시트 위에 놓여 있었다.

카드에는 내일 둥잉시의 날씨 안내와 함께 우산을 준비하라는 내용 등이 적혀 있었다.

신선한 발상이었다.

일본에서의 기대하지 않았던 서비스도 생생한 감동으로 남아 있다.

온천 지역에 위치한 일본의 한 여관은 손님이 투숙하면 초벌구이한 접시와 붓,물감을 준다. 그날은 바쁜 일정으로 피곤해 일찍 잠자리에 들려 했다. 그때 주인이 들어와 평소 좋아하는 글을 접시에 써달라고 했다.

주인의 호의를 느끼며 서투른 솜씨로 붓을 잡았다. 그 다음 날 체크아웃할 때 밤새 깨끗하게 구운 접시를 예쁘게 포장해 주었다. 못 잊을 서비스였다. 여관 입구에는 태극기까지 달아주었다. 조그만 시골 여관인데도….

이렇게 작지만 기분 좋은 발견이 출장길 낯선 이국땅에서의 피로를 풀어준다. 어느 호텔에서는 침대 머리맡에 현지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와 한국 시간을 알려주는 시계를 비치해 줬다. 투숙객의 시차 극복에 도움을 주고 비즈니스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다. 또 다른 호텔의 전화 교환원들은 하루 일과를 시작하기 전 '발성연습실'에 가서 목소리를 가다듬는다. 언제나 정확하고 낭랑한 목소리로 투숙객을 맞이하기 위한 오랜 전통이다.

때묻지 않은 순수함과 함께 기대하지 않은 서비스가 우리를 즐겁고 활기차게 만든다. 남을 배려하는 작은 정성과 세심함이 상쾌한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서비스는 호텔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고객들은 그 서비스를 영원히 기억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