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속으로] 휴온스 ‥ 삶의 질 높이는 '해피 드러그'로 高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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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국내 제약업계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휴온스가 화제였다.
영업사원 102명 모두에게 GM대우 자동차 토스카를 업무용으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국내 제약업계에서는 전무후무한 일이었다.
"영업사원들의 사기를 북돋우고 차별화된 영업을 독려하기 위한 투자"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었다.
이를 두고 제약업계에서는 최근 초고속 성장을 거듭해온 휴온스의 자신감을 표현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풀이했다.
휴온스의 지난해 매출은 515억원이다.
제약업계 전체를 놓고 보면 중소 제약사에 불과하다.
하지만 성장 속도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2003년 이후 3년간 매출이 연평균 30%씩 늘었으며,영업이익은 62%씩 증가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힘입어 휴온스는 지난해 말 코스닥 시장에 입성하는 데 성공했다.
◆아이디어로 틈새시장 공략
윤성태 휴온스 대표는 평소 회사를 '벤처 제약사'라고 소개한다.
올해로 설립 42년(옛 광명약품까지 포함)이 됐지만,여타 벤처기업 못지 않은 아이디어로 틈새 시장을 공략해 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1990년대 중반까지 휴온스의 주력 제품은 치과용 국소마취제 '리도카인'이었다.
전체 국소마취제 시장의 75%를 차지했다.
이후 1990년대 말부터 값싼 외국산 제품이 수입돼 들어오면서 시장은 포화 상태로 변했고 휴온스의 매출도 정체하기 시작했다.
창업 2세인 윤 대표는 1997년 대표이사직을 맡은 직후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고심했고,그 결과 탄생한 것이 플라스틱 주사제다.
윤 대표는 유리 앰플 주사제가 파편 발생,보관ㆍ운반상의 단점이 있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 최초로 플라스틱 주사제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전체 주사제 시장의 70%를 장악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휴온스는 업계에서 주사제 전문 제약사 정도로 알려져 있었다.
또다시 2000년대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변신을 시작한다.
◆웰빙 의약품으로 연 30% 성장
2001년 의약분업이 시행되자 국내 제약업계에는 "변하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는 위기의식이 팽배했다.
휴온스 역시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었다.
이때 윤 대표가 주목한 게 '웰빙 의약품'이다.
웰빙 의약품이란 특정 질환을 치료하지는 않지만 삶의 질을 높여주는 의약품을 뜻한다.
2002년 출시한 10g짜리 고농축 비타민 주사제 '메리트씨'가 휴온스가 개발한 첫 웰빙 의약품이다.
이 제품 역시 간단한 아이디어 덕분에 탄생할 수 있었다는 게 윤 대표의 설명이다.
"하루는 회사 제품을 납품하는 병원을 방문했는데 2g짜리 소량 비타민C 주사제 여러 개를 하나에 모아서 쓰는 것을 발견했어요. 저런 불편함을 덜어줄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판단을 했죠."
윤 대표의 예상은 적중했다.
'메리트씨'는 출시 첫해부터 환자용 비타민C 제품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메리트씨'의 성공에 고무된 휴온스는 태반주사제 '리주베',비만치료제 '살사라진' 등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웰빙 의약품 시장을 집중 공략했다.
회사 측은 특히 올해 4월 출시한 '살사라진'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은 매년 시장 규모가 30%씩 꾸준히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웰빙 의약품들이 잇달아 히트하면서 휴온스의 매출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3년 222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481억원으로 늘었다.
올해의 경우 당초 607억원을 예상했으나 최근 예상 매출을 645억원으로 높여 잡았다.
전체 매출에서 고가 웰빙 의약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2003년에 11.7%이던 영업이익률도 지난해에는 20.4%로 껑충 뛰었다.
◆제2공장 신축ㆍ신약개발로 제2도약 준비
웰빙 의약품에 집중하는 전략 덕분에 휴온스는 각종 정책 리스크로부터도 자유롭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해 말 정부는 약제비 적정화 방안을 시행했다.
건강보험 재정을 절감하기 위해 경제성이 우수한 약품에 대해서만 건강보험을 적용해 주고,기존 보험 급여 의약품의 가격도 점차 인하하겠다는 게 제도의 골자다.
이 때문에 건강보험 급여 의존도가 높은 대다수의 제약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반면 휴온스는 비급여 대상인 웰빙 의약품의 매출이 높은 데다,향후 웰빙 의약품의 성장 여력이 크기 때문에 정부의 약제비 적정화 방안으로 인한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다.
일각에서는 휴온스가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한다.
약제비 적정화 방안,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 등으로 독자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을 보유한 대형 제약사를 중심으로 제약산업 구조가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또 한미약품 대웅제약 등 상위 제약사들이 잇달아 비만치료제를 출시,시장 경쟁이 더욱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휴온스의 위험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윤 대표 역시 이 같은 점을 인식,올해를 '제2 도약'을 위한 원년으로 선포했다.
이를 위해 휴온스는 최근 총 300억원을 투자해 충북 제천에 제2공장을 설립하기로 하고,바이오벤처 에이치브이엘에스에 20억원가량을 지분 투자해 관절염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윤 대표는 "생산 설비와 연구개발(R&D)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한ㆍ미 FTA 등 국내 제약업계가 당면한 난관을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