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금금리 인상을 통해 자금유치전을 벌이고 있는 은행이 이번엔 수수료인하 경쟁에 돌입했다.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연금 수수료를 내리고 있고 여론과 감독당국에 떠밀려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카드 가맹점 및 펀드 판매 수수료를 인하할 움직임이다.

가뜩이나 순이자마진 감소로 수익성이 뒷걸음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각종 수수료 수입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치열한 퇴직연금 수수료 경쟁

수수료 인하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퇴직연금.하나은행은 지난달 29일부터 퇴직연금 운용관리수수료(퇴직연금 관리비용)와 자산관리수수료(신탁보수)를 각각 0.1%포인트 인하했다.

앞서 지난 5월 농협도 퇴직연금 자산관리 및 운용관리수수료를 각각 0.05%포인트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올 들어 한 차례 이상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했으며 일부 은행은 추가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

은행들이 퇴직연금 수수료 인하 전쟁에 뛰어든 이유는 시장 선점 효과가 클 것이란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우선 내년부터 퇴직연금의 주식형 펀드 투자비율이 확대된다.

금융 감독당국이 마련한 퇴직연금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확정기여형(DC) 연금은 지금까지 주식연계증권(ELS) 등에 대한 투자가 금지됐으나 내년부터는 적립금의 50%까지 주식형 펀드나 혼합형 펀드에 투자할 수 있고 확정급여형(DB) 연금도 현행 30~40%였던 주식형.혼합형 펀드 투자한도가 50%까지 늘어난다.

이 같은 제도 변경에 따라 기존 퇴직금 제도를 퇴직연금으로 갈아타려는 기업도 적지 않을 전망이다.

김학수 농협중앙회 퇴직연금지원팀 과장은 "기업들이 2010년까지 퇴직연금으로 전환해야 직원 퇴직금으로 적립한 금액을 비용으로 인정받아 법인세를 감면받을 수 있다"며 "이 때문에 내년부터 퇴직연금에 가입하는 기업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수료 인하 줄줄이 대기

은행들은 연말을 앞두고 소득공제 상품인 연금신탁 상품의 수수료도 인하하고 있다.

기업은행은 이달부터 연금신탁 수수료율을 1.2%에서 0.9%로 인하했으며 외환은행도 지난달 18일 연금신탁 수수료율을 0.3~0.6%포인트 낮췄다.

외환은행은 또 시중은행 중 가장먼저 신용카드 일반 가맹점 수수료율을 2.7~4.5%에서 2.7~3.4%로,체크카드 수수료율은 일률적으로 2.0%로 내렸다.

다른 은행들도 지난 8월 금융감독당국과 함께 마련한 '가맹점 수수료 체계 합리화 방안'에 따라 조만간 가맹점 수수료율을 인하할 방침이다.

은행들은 또 수수료 수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펀드 판매 수수료도 인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당국이 펀드 판매 수수료를 인하하는 방향으로 펀드 보수 제도 변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 수수료 수입의 4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펀드 판매 수수료가 떨어지면 은행 비이자 수익 기반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구본성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규제도 강화되고 은행 간 경쟁도 심해져 앞으로 은행의 각종 수수료율도 계속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