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소비국 중심의 국제기구인 국제에너지기구(IEA)가 8일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07'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 유가는 앞으로도 가파르게 상승해 2030년께는 배럴당 150달러 선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됐다.
◆"2030년엔 150달러 넘는다"
IEA는 특히 중국과 인도가 세계 에너지 수요 증가를 주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과 인도의 2030년 에너지 수요량은 2005년의 2배로 늘어나고, 2010년에는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세계 최대의 에너지 소비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다.
IEA는 또 2015년을 전후해 석유 수급 위기를 맞게 돼 유가가 폭등하고, 2030년에는 전 세계 에너지 소비가 현재보다 55% 정도 증가하면서 석탄 사용이 크게 늘 것으로 전망했다.
IEA는 이에 따라 2030년 전 세계 에너지 소비 가운데 석탄이 28%를 차지하게 되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금보다 최소 25%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 소비 역시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
석탄 소비 부문에서는 현재 전 세계 소비량의 45%를 차지하는 중국과 인도가 2030년에는 전 세계 석탄 수요의 8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예측됐다.
전 세계 곳곳에서 초고유가 충격이 가시화되고 휘발유 및 식품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 대출) 파문으로 인한 금융 위기를 해소하려는 중앙은행들의 금리인하정책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 위축도 점차 본격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항공업계는 유가부담을 견디지 못해 합병바람에 휘말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운신폭 좁아진 중앙은행 통화정책
고유가로 직격탄을 맞는 것은 역시 인플레다.
유가상승은 '제조원가 인상→물가상승→소비위축→경기둔화'의 악순환을 부른다.
올 들어 중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적으로 식품가격이 폭등한 것도 궁극적으로는 유가 상승이 결정적 요인이다.
유가가 상승하면서 바이오에너지 개발 욕구가 커졌고 이는 옥수수 콩 등의 가격을 급등시켰다.
고유가의 파장이 모든 상품가격으로 전이되면서 지구촌은 '인플레'라는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 있다.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 압박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각국의 중앙은행들은 통화정책에 혼선을 빚고 있다.
금융 불안 해소를 위해 금리를 낮추려해도 인플레에 발목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JP모건체이스의 신 벵 옹 애널리스트는 "대부분 아시아 국가의 경우 유가가 소비자 물가에 미치는 가중치가 20%가량인데 비해 식품은 그 비율이 최고 50%에 달한다"며 "이 점을 아시아 중앙은행들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레데릭 미시킨 미 FRB 이사는 "유가 급등이 장기 인플레를 촉발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최대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아시아국가 내수활성화도 차질
유가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보다는 약하다는 분석이 우세하지만 소비 위축 역시 불가피하다.
전문가들은 유가가 배럴당 10달러 오르면 미국인들의 연간 소비가 700억달러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매커리 리서치의 이코노미스트 빌 벨체스는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의 경기 둔화로 인한 수출 위축을 타개하려면 내수 활성화가 필요한데 고유가가 장애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HSBC의 이코노미스트 프레데릭 뉴먼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신흥대국의 경우 고유가 충격을 무역흑자로 당분간 흡수할 수는 있지만 통화 강세로 수출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어 전반적인 성장이 둔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고유가로 항공업계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US에어웨이스의 더그 파커 최고경영자(CEO)는 7일 "유가 100달러 시대가 본격화되면 항공업계가 구조조정을 다시 검토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항공업계가 유가 급등으로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지만 고유가가 심화되면 여타 업계도 구조조정이란 소용돌이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
신동열 기자/도쿄=차병석 특파원 shin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