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넥티드'(다니엘 앨트먼 지음,노혜숙 옮김,해냄출판사)의 시선은 구글 어스 검색을 떠올리게 한다.

대한민국을 '줌 인'하면서 내가 사는 도시와 동네,거리,건물까지 확인할 때 느끼는 생경함 같은 것 말이다.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2005년 6월15일에 각 도시를 '줌 인'해 들어가면서 '연결된 세계 경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책 첫머리에는 스톡홀름에 있는 대형 통신사 에릭슨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소형 음반사 냅스터의 만남이 소개되어 있다.

얼핏 걸맞아 보이지 않는 두 기업은 온라인 음악 서비스로 성공을 거두었다.

시차 덕분에 회사는 쉬지 않고 돌아갈 수 있다.

이런 성공을 꿈꾸며 많은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거나 외국 기업과 합작하고,경제 성장을 원하는 국가는 해외 자본을 유치하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이런 만남들이 늘 성공으로 귀결되지는 않는 게 현실이다.

정부의 규제,부패 풍토,정치 불안,환율,개인의 금융 범죄,제한된 정보 등은 언제든지 예측과 다른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입소문에 의존하고 있는 국제 노동시장에서 캐나다 앨버타의 에너지기업들은 숙련된 석유 노동자를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지 모른다.

일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앨버타의 에너지기업들이 그런 노동자를 찾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른다.

정부의 규제가 강한 중국에서는 경제 활동의 상당수가 정부 정책에 의존해 있기 때문에 예상한 수익을 거둘 수 없을지도 모른다.

더 복잡한 문제는 어떤 선택이 적절한 것인지 판단할 수 없을 때 생긴다.

부패가 만연한 시장에 투자(지원)를 결정할 때 국제기구는 피폐한 민생을 살리기 위해 하루빨리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는가,아니면 부패 정권이 굴복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결국 세계는 연결되어 있지만 동일한 자유와 권한을 누리는 개인들이 연결된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와 만난다는 것 자체보다는 어디에서,누구와,어떻게 만나는가가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 책의 장점은 '다국적기업은 선진화의 원군인가,트러블메이커인가''정치적 안정은 경제성장을 보장하는가''지적소유권은 누구에게 이익이 될까?'와 같은 흥미롭고 민감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 생생한 사례들을 통해 독자가 직접 세계화에 대해 고민해 보도록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도움이 될 만한 것은 따로 지면을 할애해 주식시장,통화,석유와 같이 세계 경제를 연결하는데 핵심이 되는 개념을 설명한 부분이다.

'커넥티드'를 다 읽고 나면 코스피 지수나 내가 가입한 펀드의 수익률이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무수히 많은 사건과 움직임에 영향을 받고 있다(물론 주기도 한다)는 사실을 체감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일본의 자동차 업체가 캐나다의 부품 납품업자로 선정되었는데,얼마나 이익을 보게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으면 "일단 다음 주에 환율이 어떻게 되는지 감안을 해봐야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334쪽,1만3800원.

김준한 포스코경영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