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낮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항공사 승무원 복장의 이방인들이 나타나 눈길을 끌었다.

숙소인 롯데호텔을 나온 이들은 시청과 덕수궁 인근을 둘러보면서 연신 탄성을 터뜨렸다.

맑은 가을 하늘을 배경으로 멀리 경복궁과 북악산이 보이자 '원더풀'을 연발했다.

"서울 방문은 이번이 세 번째이지만 볼수록 멋진 도시입니다.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유적이 조화를 이뤄 세계의 어떤 대도시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고 봅니다."

전날 오후 인천공항에 도착,하룻밤을 묵은 뒤 이날 오후 항공편으로 돌아간다는 터키항공의 프라츠 사아야르 기장은 "서울에 머물 시간이 많지 않아 많은 곳을 다녀 보진 못했지만 유구한 역사와 한국인들의 뜨거운 인정을 느낄 수 있었다"며 서울은 정말 아름다운 도시라고 칭찬을 늘어 놓았다.

곁에 있던 스튜어디스인 베히에 야후즈씨도 "이스탄불에서 서울로 비행기를 타고 온 뒤 귀국 항공편까지 시간이 나는 반나절 동안 비원,창경궁,인사동 등 서울의 명소를 둘러본다"고 거들었다.

이날 터키항공의 기장과 여성 승무원들을 데리고 관광 안내를 한 사람은 아흐멧 샤인 터키항공 서울 지점장(34).2004년 초 서울 지점장으로 발령받아 근무 중인 아흐멧 지점장은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 사이에 '한국 마니아'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항공사 직원들에게 한국의 진면목을 보여주기 위해 서울에 체류하는 동안 유적지를 보여주거나 전통 음식을 맛볼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흐멧 지점장은 한국에 처음 왔을 때 한국어를 전혀 못했으나 이젠 의사 소통이 가능할 정도로 발전했다.

그는 인터뷰 도중에도 틈틈이 한국어 실력을 뽐냈다.

한국에 오자마자 숙명여대의 랭귀지 코스를 다녔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탐구'를 위해 바쁜 시간을 쪼개 서울의 뒷골목까지 찾아 다닌다.

외국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서민 사회를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그래서 틈나는 대로 지방이나 시골도 방문하고 있다.

쇼핑도 시내 백화점이 아니라 남대문이나 동대문 시장을 즐겨 찾는다.

그는 "시장에서 상인들과 물건 값을 흥정하고,시민들과 만나 얘기를 나누는 게 가장 큰 즐거움"이라며 싱긋 웃었다.

입에 못 대던 매운 김치도 이젠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됐다.

그는 평소 남대문시장 노점에서 비빔밥 순대국 등을 사 먹을 정도로 한국 음식에 푹 빠져 있다.

아침 식사도 사무실 앞 죽집에서 해결하고 있다.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묻자 아흐멧 지점장은 "사실 오기 전만 해도 한국은 6ㆍ25전쟁 당시 터키가 파병으로 도운 가난했던 나라여서 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터키가 훨씬 선진국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젠 배울 게 훨씬 많아 한국에 살면서 항상 자극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한국인에 대해서도 "감정 표현이 직선적인 다혈질이며,정말 열심히 일하는 '하드 워커'"라고 대답했다.

아흐멧 지점장이 한국 문화는 물론 한국인의 습성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회사 실적도 크게 좋아졌다.

서울~이스탄불 간 직항로가 개설된 지 10년이 지나면서 터키를 찾는 한국 관광객들이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그는 크리스천이 많은 한국 고객을 겨냥해 기독교 성지순례 패키지 상품을 내놓아 대성공을 거뒀다.

그가 부임한 이후 터키항공 이용객은 매년 10% 이상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터키를 방문한 한국 방문객이 10만8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는 13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흐멧 지점장은 양국 간 경제 협력 및 인적 교류 증가에 터키항공이 큰 기여를 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터키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고 전했다.

가전 제품은 물론 자동차 시장에서도 한국산 제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현재 서울에서 혼자 살고 있는 아흐멧 지점장은 한국이 너무 좋아 한국 근무 연장을 자원했다.

다음주 고국에서 결혼식을 갖는 그는 신접 살림도 서울에서 꾸릴 계획이다.

"터키항공 본사에서 근무 중인 신부도 여러 차례 서울을 방문한 뒤 '한국 생활'에 흔쾌히 동의했다"며 밝은 표정을 지었다.

아흐멧 지점장의 또 다른 관심사 중 하나는 터키에 김치를 수출하는 일이다.

기내식으로 터키인들에게 김치를 제공해 본 결과 반응이 좋아 본격적으로 터키에 김치를 수출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조만간 터키항공 기내식으로 비빔밥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최인한 기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