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알루미늄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세계 광산업계에 인수ㆍ합병(M&A)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막강한 현금 동원력을 무기로 덩치를 키워 원자재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의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9일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BHP빌리톤이 3위 철광석업체인 리오틴토에 인수를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리오틴토에 전달한 인수 제안가격은 1100억달러(약 10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광산업계 M&A 사상 최대 금액이다.

이번 인수가 성사될 경우 BHP빌리톤은 세계 광산업계 1위 자리를 확고히 굳히게 된다.

인수 제안을 받은 리오틴토는 일단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인수 제안가격이 너무 낮다는 설명을 달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BHP빌리톤이 인수 가격을 조정할 경우 M&A 성사 가능성이 높다"며 "자극을 받은 경쟁 업체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BHP빌리톤의 타깃이 된 리오틴토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M&A 시장의 '공격수'에 속했다.

지난 7월엔 알코아 등 경쟁 업체를 제치고 캐나다 알루미늄 생산업체 알칸을 381억달러(약 35조원)에 인수하는 데 성공했다.

4개월 만에 '수비수'로 입장이 바뀐 셈이다.

BHP빌리톤의 리오틴토 인수 제안은 지난해부터 원자재 시장에 불어닥친 'M&A 열풍'의 연장선상에 있다.

작년 6월에는 인도 철강회사 미탈스틸이 프랑스의 아르셀로를 395억달러에 사들였고 10월엔 브라질의 광산업체 CVRD가 176억달러를 들여 캐나다 니켈 생산업체 인코를 인수했다.

미국의 펠프스 다지는 '먹으려다 오히려 먹힌' 케이스.세계 3위 구리업체인 펠프스 다지는 작년 6월 인코와 팰콘브리지를 3자 합병하기 위해 400억달러를 제시했다.

그러나 경쟁 회사들이 더 높은 가격을 베팅하는 바람에 인수 계획은 물거품이 됐고 5개월 뒤엔 오히려 미국 광산업체 프리포트 맥모란에 흡수됐다.

광산업체들이 이처럼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배경에는 원자재 가격 급등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는 믿음이 깔려 있다.

조금 무리를 하더라도 지금 시장점유율을 높여놓으면 장기적으로 이득이 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그동안의 원자재값 상승 덕에 쌓아놓은 현금도 상당하다.

원자재 시장이 호황일 때 한몫 제대로 챙기기 위해서는 광산을 새로 개발하는 것보다 매입하는 것이 빠르고 유리하다는 점도 M&A를 부추기는 요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먹지 않으면 먹힌다는 위기의식이 확산된 영향으로 대형 광산업체 간 M&A 경쟁이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