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 '쌍두마차' 깊어가는 고민] 미국, 성장 둔화.인플레 압력 증가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8일(현지시간)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출석,"미국 경제는 신용불안에도 불구하고 복원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증가라는 두 가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미 경제가 자칫하면 저성장 속의 인플레이션 증가라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우려를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FRB가 딜레마에 빠진 것을 숨김없이 나타낸 셈이다.

월가에서는 버냉키 의장의 발언이 지난달 31일 열린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발표문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며 시장 참가자들의 우려를 덜어주지 못한 것으로 보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뉴욕증시에는 실망매물이 출현해 장중 한때 큰 폭으로 하락했다가 다음 달 열릴 FOMC에서 금리인하 가능성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다소 낙폭을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버냉키 의장의 의회 발언 요지.

◆경기 진단

지난달 말 열린 FOMC에서 성장률 하락위험과 인플레이션 증가위험이 모두 존재한다고 판단했다.

금융시장의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택경기 침체는 소비지출을 줄일 가능성이 높다.

아울러 고유가와 달러화 약세는 개선 추세를 보이고 있는 인플레이션을 자극할 요인이 되고 있다.

그래서 선제적으로 지난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지난달 FOMC 이후 발표된 경제지표를 보면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경색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 경제는 복원력을 유지하고 있다.

미 경제가 침체상태에 빠지진 않겠지만 4분기 성장률은 현저히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둔화현상은 내년 1분기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경제는 내년 4분기에야 성장성을 회복할 것으로 본다.

변수는 신용경색과 주택경기다.

두 가지 변수가 좋아지면 성장률은 나아질 것이다.

근원 인플레이션은 현재 양호한 수준에서 억제되고 있다.

그러나 상승위험은 커지고 있다.

유가 및 상품가격의 상승과 달러화 가치 하락이 어우러져 자칫하면 단기간 내 인플레이션이 심화되고 장기적으로 고착화될 소지를 안고 있다.

◆앞으로 통화정책

성장둔화와 인플레이션 압력 증가라는 두 가지 위험 모두를 감안하고 있다.

통화정책은 전적으로 경제지표에 달려 있다.

앞으로 나올 경제지표를 예의 주시하고 경제 상황이 진전되는 모습을 지켜볼 예정이다.

물가안정과 지속 가능한 경제성장에 필요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버냉키 의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FOMC 발표문과 마찬가지로 중립적인 통화정책 입장을 다시 한번 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에서는 이 문구를 추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다.

선물시장에서는 다음 달 FOMC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확률이 90% 반영돼 가격이 형성됐다.)

◆달러화 가치 및 기타

중국이 외환보유액을 달러화 자산 위주에서 다른 통화로 다변화하겠다는 방침이 달러화 가치 하락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특별히 우려하지 않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각국이 달러화 자산을 보유하는 비중은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달러화는 가장 유력한 지불준비 자산으로 남아 있고 앞으로도 이런 모습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서브프라임 파문은 경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에 못지않게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자들이 집을 빼앗길 위기에 직면해 있다.

내년 말까지 분기당 45만명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금리를 변경해야 한다.

이는 곧 대출금리 인상을 의미한다.

결국 주택 압류도 증가할 수밖에 없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연말까지 잘못된 모기지 대출 관행을 개선할 계획을 갖고 있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