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중국 '3각 환율전쟁'
달러가치 하락이 미국과 유럽,중국의 '3각 환율 전쟁'으로 번지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달러가치 하락을 용인하는 미국을 정면으로 비판하자 미국은 화살을 돌려 중국의 환율 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하고 나섰다.

9일 외신들에 따르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장클로드 트리셰 총재는 8일(현지시간) 5개월째 금리를 동결하기로 결정한 후 기자회견을 갖고 "유로 환율이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의 환율 시장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유로의 대 달러 가치가 이처럼 급등하는 것은) 지나치게 과다한 수준으로 결코 환영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유로 환율은 이날 1.4738달러를 기록해 다시 사상 최고치(달러가치 사상 최저)를 경신했다.

앞서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지난 7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미국을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최근 통화 혼란(달러 약세에 따른 전 세계 통화의 강세)이 '경제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미국은 외환시장에 개입할 조짐이 없다.대신 비난의 화살을 중국으로 돌렸다.헨리 폴슨 미 재무부 장관은 이날 뉴욕에서 열린 차이나 인스터튜트에서 행한 연설을 통해 "중국의 환율정책이 국제 기준에서 벗어나 있다"며 중국이 위안화 절상 속도를 가속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중국의 환율정책이 불공정 경쟁의 원천이 되어가고 있다"며 "개혁 진전 속도가 지금과 같이 더딜 경우 보호주의의 역풍을 맞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같은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청쓰웨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외환보유액 다변화' 발언에 대한 '맞불' 성격도 크다.

청쓰웨이 부위원장은 지난 7일 "보다 강력한 통화를 선호하며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 조정에 나설 것"이라고 밝혀 달러화 비중을 줄이고 유로화 비중을 확대할 것임을 시사했다.

막대한 경상수지 적자를 채권 발행으로 메우고 있는 미국의 '자존심'을 건드린 것이다.

이 같은 3각 환율 전쟁에서 일본만 쏙 빠져 있다. 엔화는 달러당 112~113엔대로 강세를 지속하고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가 연 0.5%로 낮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는데도 달러가치가 워낙 맥을 못 추기 때문에 엔화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달러가치 하락이 지속될 경우 대서양과 태양평을 두고 벌어지는 3각 설전이 실제 '경제 전쟁'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