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전날에 이어 9일에도 자택에서 나오지 않았다.

주말에도 일정을 잡지 않았다고 측근은 전했다.

이명박 후보 측과 갈등의 축이 됐던 이재오 최고위원이 뒤로 물러났지만,박 전 대표는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왜 그럴까.

주변 인사들이 당권ㆍ대권 분리 얘기를 꺼낸 데 대해 "내가 언제 자리를 요구한 적이 있느냐"며 혼을 냈다는 소리가 들린다.

측근들은 문제의 핵심은 당권을 누가 잡느냐,또는 몇몇 사람들을 자르고 말고 할 성질이 아니라는 게 박 전 대표의 기본 인식이라고 한다.

박 전 대표 측은 갈등의 원인이 이 후보 측의 상대를 인정조차 하지 않는 독선,오만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런 만큼 이 후보가 직접 '근본적이고 종합적인 화합 마스터 플랜'을 제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한 측근은 "이 후보 쪽에서 지지율 50%에 도취돼 박근혜도 이회창도 무시하고 당직이나 선대위를 독식하는 등 멋대로 다했다"며 "그러면서 '아직도 경선 중으로 아느냐''좌시하지 않겠다'고 하는 등 정치 보복을 암시했는데,이는 박 전 대표 측의 도움 없이도 선거에서 이길 수 있다는 오만에서 비롯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의 사퇴만 가지고 해결하려 해선 안 된다.

벌레먹은 이파리 몇개만 따서 문제가 해소되진 않는다"며 "독식,독주에서 벗어나고 두려움을 없애주는 등 기본적인 인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대연합 추진에도 적극 나서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후보에 대한 불신도 깊다.

지난 8일 이 후보와의 전화 통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박 전 대표가 상당히 불쾌한 심경을 내비친 것으로 전해졌다.

진정성이 담기지 않은 일종의 '쇼'라는 것이다.

박 전 대표는 이 후보가 완결판 성격의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태도다.

침묵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당내에서 쏟아지는 압박이 부담이다.

이회창 후보의 출마 등으로 한나라당의 사정은 다급하기 짝이 없다.

강재섭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이회창 후보와 손 잡고 고속도로를 역주행할 정치인이 아니다"며 "'남을 믿지 못하겠다'고 오해하지 말고 행동으로 뭐든 해줬으면 좋겠다"고 촉구했다.

박 전 대표의 침묵이 어디까지 갈지는 이명박 후보가 11일 내놓을 보따리가 1차적인 관건이 될 전망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