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와 '수리공' 스타일의 최고경영자(CEO) 시대가 가고 '지휘자형' CEO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기업의 외형 확대를 통해 '제국'을 건설한 1세대와 이들이 남긴 부작용을 해결하는 데 주력한 '문제해결형' 2세대에 이어 조직원들의 조화를 중시하는 3세대 CEO가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CEO 자리에도 '버전 3.0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990년대 CEO를 '제1세대'로 규정하고 그들의 특성을 '황제'라는 키워드로 풀었다.

씨티그룹의 샌포드 웨일,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제너럴일렉트릭(GE)의 잭 웰치,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스너 등이 대표적인 '황제형' CEO로 분류됐다.

이들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업의 덩치를 키우는 데 탁월한 수완을 발휘했다.

이 시기 CEO들은 끊임없이 제국의 영토를 확장했던 로마 황제를 닮았다.

이런 '제1세대 CEO'가 물러난 자리엔 큰 후유증이 남았다.

기업 규모는 크게 불었지만 기반이 허약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거품이 꺼지자 막대한 투자손실이 발생했고 이를 감추고자 회계장부에 분칠을 하다 줄줄이 쇠고랑을 찼다.

월드컴과 엔론 등은 회사 간판까지 내렸다.

'제2세대 CEO'에게는 이런 혼란을 뚫고 회사를 지켜내라는 임무가 주어졌다.

헐렁하게 감겨 있던 볼트를 조이고 비대해진 몸집을 과감하게 줄이는 능력이 우선시 됐다.

'황제형' CEO에 이어 '수리공 스타일'의 CEO가 등장한 배경이다.

씨티그룹의 찰스 프린스와 타임워너의 리처드 파슨스,메릴린치의 스탠리 오닐 등이 대표적인 '제2세대 CEO'들이다.

위기는 그들의 손에 의해 극복되는 듯했다.

하지만 몇년이 흐른 뒤 또 다른 위기가 불거졌다.

미국에서 불어닥친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장이 기업을 시험대에 올렸다.

곧바로 '제2세대 CEO'의 취약성이 드러났다.

예기치 못한 외부 충격에 CEO는 허둥대기만 했다.

기존 '제2세대' CEO를 경질한 뒤 새로운 CEO를 뽑는 데도 어려움을 겪었다.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쓸만한 인재는 모두 회사를 떠난 뒤였다.

새 시대는 새로운 스타일의 CEO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뉴욕타임스는 "다양한 오케스트라 단원들로부터 아름다운 화음을 이끌어내는 '지휘자형 CEO'가 '제3세대 CEO'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표적인 지휘자형 CEO로는 보잉의 제임스 맥너니,제록스의 앤 멀케이,프록터앤드갬블(P&G)의 앨런 래플리 등이 꼽혔다.

베니스 교수는 "이들 CEO의 특징은 자만심과 오만함을 버리고 직원들에게 따뜻하게 다가선다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대학 경영대학원(와튼스쿨)의 마이클 유심 경영학 교수는 "P&G와 보잉의 주가가 강세를 보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며 "한 기업의 주가가 향후 1~2년간 어떤 흐름을 보일지 알고 싶다면 경영진을 살펴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미국 경영대학원들도 이 같은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교육 과정에 'CEO 버전 3.0 시대'에 맞는 접근법을 채택하고 있는 것.예일대의 경우 1학년 교육 과정에 재무.마케팅 등 개인 능력을 중시하는 과목을 빼고 팀 역할을 강조하는 과목을 집중 배치했다.

미래 경영자가 되기 위한 훈련의 일환으로 학생들이 교수들과 함께 팀을 만드는 경험을 쌓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