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와 주니치 드래곤스가 맞붙은 코나미컵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은 다음달 2일 대만 타이중에서 열리는 2008 베이징올림픽 야구 아시아 예선전 한ㆍ일전을 앞두고 국가대표팀 간 대리전으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한국 프로야구 챔피언 SK에는 대표팀 멤버 중 박경완, 이호준, 이진영, 정근우, 박재홍, 정대현 등 6명이나 있었고 일본 챔프 주니치에도 아라키 마사히로, 이바타 히로카즈, 모리노 마사히코, 가와카미 겐신, 이와세 히토키 등 5명이나 일본 대표 후보가 있었다.

주니치에 속한 한국 대표 이병규까지 무려 한일 양국 대표 후보 12명이 각 팀의 자존심을 걸고 결승전에 임했다.

SK가 아깝게 주니치에 5-6으로 패하면서 일본팀이 아시아시리즈를 3년 연속 우승했지만 SK는 예선에서 처음으로 일본 우승팀을 꺾어 자존심에 적잖은 타격을 입혔기에 양팀은 1승1패로 비긴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일 대표팀이 격돌한 건 아니나 주전으로 뽑힐 가능성이 높은 후보 선수들이 이번 대회에 나서면서 간접적으로 양팀 전력을 탐색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SK는 거듭된 선전으로 한국 야구의 매서운 맛을 알리면서 일본 대표팀에 경각심을 일깨워 줬다.

톱타자 정근우는 빠른 발로 위협을 줬고 이호준, 박재홍은 녹록지 않은 타격감을 뽐냈다.

대표팀 안방 마님이 유력한 박경완은 노련한 투수 리드를 펼쳤다.

특히 이진영은 이날 3-5로 뒤지던 8회 2사 1루에서 일본 정상급 셋업맨 오카모토 신야로부터 우측 펜스 상단에 떨어지는 대형 동점 투런포를 터뜨리며 기세를 올렸다.

전 타석까지 14타수1안타로 침묵하던 이병규도 이날 3-2로 앞선 6회 김광현을 상대로 좌월 투런포를 뿜어내며 중심 타선에 기용하겠다고 밝힌 김경문 대표팀 감독에게 믿음을 줬다.

주니치 일본 대표 선수들의 활약에서도 한국 대표팀이 얻은 건 있다.

면밀한 분석 후 게임에 임했지만 찬스에 강한 아라키, 이바타의 관록 넘치는 타격에서는 일본 특유의 섬세함을 칭찬할 수밖에 없었다.

마무리 이와세의 완벽투를 뚫기 위해서도 더 치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하지만 예선과 결승에서 SK '발야구'에 허둥대며 주니치 철벽 내야진이 실책을 쏟아내던 장면에서는 자신감을 수확했다.

김성근 SK 감독은 "8일 SK가 6-3으로 주니치를 물리친 장면에서 대표팀이 일본을 꺾을 해법을 찾았으면 한다"고 조언했다.

큰 것 한 방 보다는 빠른 발로 야수진을 교란시켜 찬스를 만들고 정확한 타격으로 점수를 뽑는 것이다.

SK나 주니치 대표 후보 중 얼마나 주전으로 뽑힐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이 각각 일본 오키나와와 미야자키에서 이날부터 합숙훈련을 시작한 대표팀 동료에게 전해줄 말은 분명 많을 것이다.

전력 분석도 중요하나 단기전 특유의 태풍 같은 분위기를 형성하는 게 팀 전력에는 더 큰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아시아시리즈는 양국 대표팀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연합뉴스) 천병혁 기자 shoeles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