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적으로 선전하던 국내 주식시장이 잇따른 글로벌 증시 하락에 타격을 받고 있다.

유가 급등과 달러약세, 신용경색 재부각에 미국 증시가 연일 추락하고 있는데다, 엔화 강세로 일본 증시마저 연중 최저치로 밀려나면서 시장을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고유가와 달러약세 등의 악재는 이미 상당 부분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되고 있지만, 틈만나면 부각되는 미국의 신용경색 우려가 美 경기 침체 가능성 등으로 이어지면서 글로벌 증시를 괴롭히고 있다.

미국 증시는 버팀목이었던 기업실적마저 무너지고 있어 당분간은 좋은 흐름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국내증시가 펀더멘털이 상대적으로 양호하고 미국과 중국 등 해외증시와의 연관성이 크게 낮아졌다고는 하지만, 해외증시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힘들다. 따라서 지지부진한 움직임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한국투자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투자심리가 악화돼 있는데다 해외 변수들의 불확실성도 지속되고 있어 지지선을 설정하는 것이 무의미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기술적으로는 12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하고 있는 1860선에서 지지를 받을 경우 본격적인 반등이 가능하겠지만 120일선마저 깨고 내려갈 땐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김 연구원은 일단 해외 증시의 안정 여부가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중국 관련 주식들이 상대적으로 크게 빠지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 4분기에는 이들 종목이 밸류에이션 부담을 해소하는 과정을 지날 것으로 보여 종목별 주가 조정은 더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美 증시의 움직임은 한동안 부정적일 것으로 판단한 가운데 시장을 움직이는 동력은 중국 등 이머징 마켓이라는 점에서 이들 증시 흐름에 더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분석.

삼성증권 김성봉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전세계 GDP의 약 25%를 점유하고 있다"면서 "한국이나 중국 등 신흥증시가 미국 증시와 완벽한 디커플링을 보이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신흥시장 성장의 가장 큰 원동력이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미국 소비자들의 활발한 소비였다는 점에서 美 경기의 연착륙 여부는 그 자체로 신흥 증시의 방향을 결정지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 다만 미국 경기가 아직까지는 뚜렷한 침체 신호를 보내고 있지 않은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라고 지적.

미국 증시가 하락세를 보이더라도 경기가 급격히 둔화되지만 않는다면 신흥 증시가 상대적으로 양호한 흐름을 유지하는 제한적인 디커플링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김 연구원의 판단이다.

이어 그는 "유가급등과 달러 약세 서브프라임 모기지 관련 손실 등이 당분간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보여 당장 이번주 지수가 급반등하기는 힘들 것으로 판단된다"면서 "하락시마다 유입되는 유동성 등을 감안할 때 낙폭은 제한적이겠지만 변동성 확대에는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하나대투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미국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면 국내 증시도 이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면서 "외적 요인에서 비롯된 쇼크를 소화하는 과정에서 조정이 일어나고 있고 쇼크에 둔감해질 때까지는 계속해서 충격과 회복 노력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쇼크를 회복하기 위한 조정폭은 1900선 초반에서 마무리되고 이후 2000포인트를 향한 재도전이 나타날 것으로 판단.

지금은 조정에 대비하되 반등 시점에서 어느 업종에 관심을 둘 것인가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우리투자증권도 1차 지지선은 60일 이동평균선이 위치한 1920포인트대가 될 것이라고 판단한 가운데 지수가 추가 하락하더라도 120일 이평선은 지켜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이들 전문가들은 변동성이 확대되는 시장에선 내수주들이 투자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유통과 항공, 통신주 등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했다.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