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단의 사실주의 계보를 이어가는 이원희씨(51·계명대 미대학장)의 개인전이 15~26일 서울 삼성동 갤러리 포커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회의 주제는 ‘창에서 빛을 보다-감성여행’.한국적인 수묵화와 서예같은 생명력 있는 필법으로 유럽및 러시아 지역의 자연 특징을 한껏 살린 근작 30여점이 걸린다.

‘창-베네치아’같은 작품에서도 보이듯이 그는 드러나는 자연의 형상 자체가 아니라 그 밖의 모습인 상외지상(象外之象)을 찾는데 주안점을 둔다. 붓질도 호쾌하고 단순하다.그야말로 자유자재의 경지를 군더더기없이 내닫는다.유채의 농담이나 강약에도 얽매이지 않는다.

그의 작품에는 ‘숨소리’가 담겨 있다.늘 그자리에 있는 ‘자연’과 끊임없이 움직이는 ‘창’사이에서 수많은 의표를 담고 다가오는 ‘빛’의 향연.그래서 그의 화폭에서는 고요와 격정의 은유적인 맛이 한꺼번에 느껴진다.

그의 ‘빛-창’시리즈 역시 카메라로 줌-인하듯 재해석해 깔끔하게 완성된 보석 같은 작품.유럽과 러시아의 풋풋한 흙 내음과 건조한 공기,맑고 쨍한 하늘,흙벽과 밭고랑,잡목들의 산뜻한 대비 속에 섬세함과 세련미가 돋보인다.

그동안 이씨는 생기발랄한 우리 산하의 풍경을 섬세한 붓터치로 묘사해 왔다.그러나 2000년부터는 안동 작업실을 뒤로하고 슬그머니 서울 도심으로 빠져 나온다.농촌과 자연과의 합일되는 체험을 화폭에 담기위해서다.그러나다 최근들어선 유럽과 러시아의 고풍스러운 풍경까지‘붓질’을 확장한다.이는 한국적인 풍경에 매료되었던 경험이 자연스레 지구촌으로 발화된 것이다.

이씨는 독창적 초상화풍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탄탄한 회화실력을 바탕으로 노태우,김영삼 전 대통령 등 유명인들의 초상화를 제작하기도 했다.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해 청와대,국회,대법원 등에 소장돼 있다.(02)568-564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