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는 이들 차량이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침에 따라 앞으로 유럽 시장 본격 공략의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차 i30와 기아차 씨드는 당초 같은 플랫폼(차량의 뼈대)을 기본으로 해 만들어진 데다 두 차량 모두 준중형 해치백이라는 점에서 서로 수요층이 겹치는 '간섭 현상'이 발생해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씨드에 이어 지난 7월 i30가 본격적으로 유럽에서 판매되기 시작한 이후 4개월이 지난 현재 두 모델 모두 판매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현대차에 따르면 i30는 지난 7월 유럽에서 2468대가 팔린 것을 시작으로 8월 2970대,9월 5700대,10월 5825대 등으로 출시 4개월 만에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아차 씨드도 i30가 출시되면 판매가 주춤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나고 있다.
씨드는 i30가 출시되기 전인 올 상반기까지는 5000~7000대 사이에서 들쭉날쭉한 판매실적을 보였으나 i30 출시 이후인 7월부터 오히려 판매량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씨드는 지난 9월 처음으로 월간 판매 1만대를 돌파(1만803대)한 데 이어 10월에는 1만1311대로 또 다시 최대 월간 실적을 기록했다.
간섭 현상으로 인해 두 차량이 서로 시장을 잠식할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로 끝난 셈이다.
두 차량의 이 같은 동반 상승세는 △현대.기아차의 차별화된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고 있고 △씨드의 파생 모델을 계속 투입해 시장을 확대해 나가는 기아차의 전략이 주효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i30와 씨드의 특성이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씨드는 고속 주행과 급격한 움직임에도 잘 견딜 수 있도록 서스펜션이 단단하게 설정되고 스티어링휠도 민첩하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들어졌으며, i30는 편안한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끔 시트 쿠션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차이점을 바탕으로 현대차는 30대 기혼 남성을,기아차는 20대 미혼 남녀를 각각 i30와 씨드의 주요 고객층으로 삼고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기아차는 또 씨드의 파생 모델을 연이어 투입,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힘으로써 i30 출시 이후에도 시장을 지켜 나가고 있다.
기아차는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5도어 해치백 스타일의 씨드에 이어 지난 7월부터 씨드 왜건을 생산해 유럽 전역에 판매하고 있으며 이달부터는 씨드의 3도어 모델을 생산할 예정이다.
아직 i30가 유럽 일부 국가에는 출시되지 않은 점도 두 차량의 판매 간섭을 줄이는 요인이다.
10월 말 현재 씨드는 유럽 49개국에서,i30는 33개국에서 각각 판매되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아직 i30가 판매되지 않는 곳에서는 씨드가 그 공백을 메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대.기아차는 i30와 씨드 등 유럽 전략형 모델의 선전을 바탕으로 현재 3%대에 머물러 있는 유럽시장 점유율을 2010년까지 5%대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