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發 순풍 … 이명박號 일단 순항할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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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12일 닷새간의 칩거 끝에 사실상 이명박 후보의 손을 들어줬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비판하며 '한나라당으로 정권 교체'를 다시 역설함으로써 내분의 불을 끄고 '이명박 호'에 상당한 힘을 실어준 것이다.
대선구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그의 파급력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요즘 굉장히 실망했다,원칙이 무너지고 과거로 돌아가고…"등의 쓴소리도 쏟아냈다.
어렵사리 입은 열었지만,마음의 문을 활짝 연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이명박 후보는 박 전 대표의 후원을 얻게 됐지만,이제 'BBK'라는 장애물을 넘어야 하는 숙제를 남겨두고 있다.
◆예상보다 한발 더…
박 전 대표의 이날 입장 표명은 '원론적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었다.
측근들은 "백의 종군 원칙에 변함없다"는 수준의 언급이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의 발언은 이보다는 한 발 더 나아갔다.
'이명박 후보 지지'라고 명시적으로 확약하지는 않았지만 이회창 후보의 출마를 비판함으로써 그런 효과를 내기에 충분했다.
"한나라당 후보가 이명박 후보인 것은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다.
완벽하진 않지만 어느 정도 화답하는 모양새를 갖추는 게 전략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후보가 '파트너,동반자'라며 적극적인 구애를 보냈는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을 땐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에선 박 전 대표가 이명박 후보를 도와야 한다는 답변이 더 많이 나왔다.
측근들 중에선 이명박 후보의 기자회견이 "구체적인 것을 담보하지 않았다"는 불만도 있었지만,박 전 대표가 협력의 모습을 취할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 기류가 적지 않았다.
박 전 대표는 이런 저런 의견을 청취,혼자서 결정을 내렸다고 한 측근은 전했다.
그는 "박 전 대표가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대의명분을 저버리는 행동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이회창 후보에 대한 비판적 언급을 한 데는 이명박 후보 측의 물밑 요청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박 전 대표 측의 이명박 후보에 대한 불신은 여전히 높다.
박 전 대표가 이날 기자들에게 "이회창 후보가 이런 저런 비난을 감수하고 출마한 데 대해 한나라당이 여러가지를 뒤돌아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을 빼놓지 않은 것은 이런 분위기를 말해준다.
한 측근은 "화합은 아니고 봉합은 됐다고 봐야 하지 않겠느냐"고 주장했다.
◆대선 판도 영향력은
박 전 대표의 이번 언급으로 이회창 후보의 출마 선언 이후 영남ㆍ충청권 등의 흔들리는 표심이 다시'이명박 쏠림'현상을 보여줄 수 있을 것으로 한나라당은 기대하고 있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보면 '박근혜의 파괴력'이 적지 않다는 것을 알수 있다.
그가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줄 경우,이명박-이회창 후보의 지지율 격차는 5~6%포인트까지 줄어든다.
반대의 경우,두 후보의 격차는 30%포인트 정도까지 벌어진다.
이회창 후보 지지자 가운데 한나라당 경선 때 이명박 후보보다 박 전 대표 지지자가 훨씬 많다.
두 후보가 박 전 대표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홍영식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