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아랫목'만 덥혔다
경기 회복세와 추석 보너스 지급 등의 영향으로 3분기 가계 소득이 비교적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분배 상태를 보여주는 소득 5분위 배율은 지난해보다 악화돼 경기 회복의 훈풍이 아직 저소득층으로까지 골고루 미치지는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2일 통계청이 발표한 '3분기 가계수지 동향'에 따르면 전국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328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 7.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도시근로자가구만을 따로 떼서 봐도 월평균 소득은 373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늘었다.

전국 가구의 평균 소득 증가율은 전 분기(3.5%)보다 3.9%포인트 뛰어올랐고,지난해 같은 분기에 비해서도 3.7%포인트 더 높게 나왔다.

전체적으로는 비소비지출보다 소득이 더 많이 증가하면서 3분기 전국가구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282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7.8% 증가했고,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에 사용하고 남은 흑자액은 59만7000원으로 1년 전에 비해 6.9% 늘었다.

◆보너스.용돈 넉넉했다

가계 소득이 이처럼 경기 회복 속도보다 빠르게 늘어난 것은 추석이 지난해 4분기에서 올해는 3분기로 옮겨온 영향이 컸다.

명절 보너스를 포함한 근로소득 증가율이 7.8%로 평균 소득 증가율을 웃돈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때마침 3분기 산업생산증가율도 8.3%를 기록하는 등 경기가 좋아 추석이 속한 달에 보너스가 많이 풀린 것으로 보인다.

용돈수입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경상소득은 29.4%를 기록해 모든 세부 소득 항목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대신 연휴가 끼어 장사할 수 있는 날이 줄어든 탓에 자영업자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업소득은 0.4% 증가에 그쳤다.

◆도시근로자 분배 악화

경기회복 '아랫목'만 덥혔다
도시근로자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5.41를 기록,전 분기(5.04배)보다 크게 높아졌고 전년 동기(5.29)와 견줘서도 0.12포인트 상승했다.

경기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소득 격차는 여전히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소득 5분위 배율이란 모든 가구를 소득에 따라 5등분해 가장 상위 계층(5분위)의 소득을 하위 계층(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값으로 상.하위 계층 간 소득 격차를 보여주는 지표다.

도시근로자의 소득 분배 상태가 악화된 것은 고소득층의 추석 상여금이 대폭 증가한 때문으로 정부는 분석했다.

경기가 좋아 상여금을 나눠주더라도 원래 받던 월급이 고액일수록 더 많은 보너스를 받게 돼 소득 격차는 더욱 벌어진다.

명절 특수 등에 기인한 반짝 소득 상승은 이 같은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전국 가구의 소득 5분위 배율은 7.52배로 전년 동기(7.79배)보다 0.27포인트 낮아져 분배 상태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저소득층의 추석 용돈 수입 등 비경상소득과 공적연금이나 사회보장수혜 등 공적이전소득이 증가한 데 따른 것이라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경기회복 '아랫목'만 덥혔다

◆조세 증가율 소득보다 높아

3분기 전국 가구의 월평균 조세 부담은 12만6000원으로 전년 동기(11만원)보다 14.0%나 늘었다.

소득증가율의 두 배에 가까운 수치다.

건강보험료 등을 포함하는 사회보험료 지출 역시 지난해 3분기 6만2000원에서 올해 3분기 6만8000원으로 9.3% 증가해 소득 증가율보다는 높았다.

특히 도시근로자가구의 조세 및 사회보험료 부담 증가 속도는 전국 가구에 비해 더 빨랐다.

조세 부담은 지난해 3분기 월평균 14만1000원에서 올해는 16만5000원으로 17% 증가했다.

사회보험료 부담 역시 같은 기간 6만9000원에서 7만7000원으로 10.4% 늘었다.

재경부 관계자는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득세도 함께 증가했고,선납 할인제도에 따라 자동차세 등을 9월에 미리 내면서 3분기 조세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차기현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