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인권 실종된 사제단 폭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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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은 삼성이고 뇌물을 받은 검사들의 명단은 곁가지이지만 검찰의 수사 의지가 보이지 않아 명단의 일부를 공개합니다."
1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천주교 제기동 성당.이날 오후 2시 이곳은 신자들 대신 100여명의 취재 기자들로 북적댔다.
발표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소속 7명의 사제들은 먼저 기도를 올린 뒤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회견문 낭독 말미에 뇌물수수 의혹이 있는 일부 검사들의 실명이 공개되자 회견장은 술렁였다.
사제들은 뇌물을 받은 검사들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핵심은 삼성이 불법ㆍ탈법 비자금을 형성한 것이고 뇌물 검사 명단은 곁가지라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다만 삼성과 유착 관계에 있는 검찰이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 공개만을 재촉할 뿐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실명을 밝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명을 공개하기까지 사제들의 고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제법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는데도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있어 조급한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명을 공개한 사제들의 행동에서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명이 공개된 사람은 검찰총장 내정자에다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핵심 인물들이다.
한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관리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 해도 이들의 향후 경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런 의혹을 사실 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공개해 버린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사제들은 뇌물을 받은 검사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세간의 관심은 이른바 '떡값 검사'에게로 쏠려 있다.
사제복을 입은 신부들의 발표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상당한 무게감과 신뢰가 실리게 된다.
인권을 중시하는 사제단은 명단을 검찰에게만 비공개로 제공한 뒤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한 방법이었을 게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
12일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천주교 제기동 성당.이날 오후 2시 이곳은 신자들 대신 100여명의 취재 기자들로 북적댔다.
발표장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온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 사제단 소속 7명의 사제들은 먼저 기도를 올린 뒤 기자회견문을 읽어 내려갔다.
회견문 낭독 말미에 뇌물수수 의혹이 있는 일부 검사들의 실명이 공개되자 회견장은 술렁였다.
사제들은 뇌물을 받은 검사들이 문제의 본질이 아님을 거듭 강조했다.
핵심은 삼성이 불법ㆍ탈법 비자금을 형성한 것이고 뇌물 검사 명단은 곁가지라는 점을 재차 지적했다.
다만 삼성과 유착 관계에 있는 검찰이 사제단에 뇌물 검사 명단 공개만을 재촉할 뿐 수사 의지를 보이지 않아 실명을 밝히게 됐다는 주장이다.
실명을 공개하기까지 사제들의 고뇌도 적지 않았을 것이라는 점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제법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는데도 검찰 수사가 답보 상태에 있어 조급한 마음도 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실명을 공개한 사제들의 행동에서 우려되는 점도 없지 않다.
실명이 거론된 당사자도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보장받아야 할 '인권'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실명이 공개된 사람은 검찰총장 내정자에다 대검 중수부장 등 검찰 핵심 인물들이다.
한 기업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관리 대상이 되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만 해도 이들의 향후 경력에 치명타가 될 수 있다.
그런 의혹을 사실 관계가 규명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미리 공개해 버린 것은 신중하지 못한 행동이었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지적이다.
사제들은 뇌물을 받은 검사가 사건의 본질이 아니라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이미 세간의 관심은 이른바 '떡값 검사'에게로 쏠려 있다.
사제복을 입은 신부들의 발표는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상당한 무게감과 신뢰가 실리게 된다.
인권을 중시하는 사제단은 명단을 검찰에게만 비공개로 제공한 뒤 수사를 촉구하는 것이 한 방법이었을 게다.
박민제 사회부 기자 pmj5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