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림산업 대표이사직을 내놓고 2선으로 물러난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사진)이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대림산업과 한화그룹 측의 합작사인 여천NCC의 등기이사직에 복귀한 것.

이는 대림과 한화 양측이 최근 상대방 측의 임직원 고소.고발에 이어 특별이사회를 무산시키는 등 대립 양상을 심화시키면서 합작 결렬 직전까지 몰고가고 있는 '여천NCC 갈등 사태'를 이 명예회장이 직접 해결하기 위해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 대림산업 및 한화그룹에 따르면 이 명예회장은 이날 여천NCC 긴급 이사회를 통해 등기이사에 선임됐다.

이 명예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서면결의를 통해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여천NCC 측은 이사회 의결 직후 곧바로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이 명예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

대신 기존 등기이사로 등재된 박준형 대림코퍼레이션 사장이 이사진에서 제외됐다.

◆이준용 명예회장 '격노'

이 명예회장이 여천NCC 등기이사로 다시 경영일선에 복귀한 것은 대림과 한화의 합작사인 여천NCC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 명예회장은 최근 한화 측의 여천NCC 공동 대표이사인 이신효 부사장이 대림 측 임직원 60여명을 무더기로 고소.고발한 사건을 보고받고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여천NCC는 1999년 대림과 한화가 각각 50 대 50 비율로 출자해 설립한 국내 최대 나프타 분해설비(NCC) 기업으로,국내에서 기업이 스스로 산업구조조정을 이뤄낸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었다.

하지만 2003년 인력 구조조정을 두고 시작된 양측의 갈등은 수년 동안 지속돼왔다.

올해 들어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9월께 인사에 불만을 품고 상경한 직원들이 이신효 부사장 사무실에 진입했고,이 부사장은 고소.고발을 선택했다.

대림 측이 지난달 말 사태 해결을 위해 특별이사회 개최를 추진했으나 한화 측의 반대로 무산됐다.

급기야 이 명예회장이 직접 나서게 된 이유다.

◆대림-한화 갈등 봉합될까

합작 결렬이라는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이 명예회장이 직접 합작사의 등기이사로 복귀하면서 여천NCC 이사진은 대림 측인 이준용 명예회장,이봉호 대표이사 사장,박종국 대림산업 전무와 한화 측인 이신효 대표이사 부사장,허원준 한화석유화학 사장,최웅진 한화L&C(옛 한화종합화학) 사장 체제로 바뀌었다.

여천NCC의 50% 지분을 가진 대주주이자 등기이사로 등재된 이 명예회장은 조만간 이사회를 다시 소집해 대림과 한화 양측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갈등 봉합 과정은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게 재계의 관측이다.

이미 재계에서는 최근 대림과 한화 측이 여천NCC 합작을 서로 포기하고 회사를 쪼개거나,어느 한 쪽이 50%의 지분을 넘기는 '빅딜'을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화 창구가 막혀 있는데다 총수들의 결단이 서지 않아 어정쩡한 '한 지붕 두 살림'을 이어가고 있는 데 따른 분석이다.

유화업계 관계자는 "여천NCC가 매출 4조원,영업이익 3000억원 안팎의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에 두 회사가 섣부른 결정을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업황이 악화돼 실적이 급감하게 되면 '빅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