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 무소속 대선 후보는 12일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가 '이 후보의 대선 출마는 정도가 아니다'라고 말한 데 대해 "이런 상황에서 그분은 그렇게밖에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분히 이해한다"며 일단 태연한 반응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이날 '지방 버스투어' 첫 행선지인 대전으로 가던 중 기흥휴게소에 들러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기자들에게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계속되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해한다"는 말만 되풀이했고,'박 전 대표의 발언을 예상했느냐'는 질문에는 "그만합시다"라며 굳게 입을 닫았다.

반면 이명박 후보의 신뢰성과 대북정책에 대해서는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 후보는 대전 기독교연합회관에서 열린 강연에서 "한나라당과 그 후보의 왔다갔다 하는 태도를 보며 대북정책의 원칙과 철학을 믿을 수 있겠느냐"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그는 특히 "자식에게 손해를 보더라도 정직해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느냐,아니면 정직하지 않아도 좋으니 남을 밟고서라도 뛰어나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느냐"고 물은 뒤 "기회주의적 포퓰리즘으로 정치를 한다는 사람이나 세력은 정권 교체를 말할 자격이 없다"고 각종 의혹에 휩싸인 이명박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이날 박 전 대표의 비판으로 보수진영에서 '정치적 고립' 상태에 빠진 것과 관련,이 후보는 출마를 결심하게 된 배경을 평소와 달리 감성적으로 호소했다.

"어떤 비난과 욕이 쏟아질지 예상했으며,과연 이런 욕을 먹고 개인의 명예를 더럽히면서 해야 할까 솔직히 겁이 났다"고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후보는 이어 "다윗과 골리앗을 연상시키는 형국에서 거대한 공룡 앞에 선 외로운 전사 같은 생각이 든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