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외국어고 입학 문제 유출 사태의 파장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문제가 된 경기 김포외고의 재시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다른 경기권 외고 시험 문제도 유출됐다는 제보가 쏟아지고 있어 자칫 경기권 전체 외고로 사태가 번질 가능성도 높다.

재시험이 치러질 경우 기존 합격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반계 고교의 입시전형과도 연계돼 있어 파문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3문항 원본 그대로 유출

경찰은 지난달 30일 치러진 경기 김포외고 일반전형 시험 문제(80문항·듣기평가 20문항 포함)의 절반가량이 유출됐다고 11일 발표했다.

유출된 시험문제(38문항) 중 13문항이 원본 그대로 김포외고를 지원한 서울 목동 J학원 출신 학생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J학원 곽모 원장은 지난 9월께 김포외고 입학홍보 담당자인 이모 교사에게 후사를 약속하고 문제 유출을 제의했다.

이 교사는 시험 전날인 지난달 29일 자정께 USB와 CD로 저장된 시험 문제를 자신의 노트북에 옮겨와 곽 원장에게 이 중 38문항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이 교사는 김포외고 교장,교감 이외에 시험 문제 접근권을 가진 유일한 교사였다.

곽 원장은 이 중 13문항을 골라 A4 용지에 앞뒤로 프린트한 뒤 이 학원에 다니는 김포 외고 응시생 120명이 탄 버스에서 "잘 기억해두라"며 시험 문제를 나눠줬다.

경찰은 김포외고 합격생 184명 중 47명이 J학원 출신이라고 밝혔다.

이는 단일 학원 중 최대 합격률이다.

이번 김포외고 전체 응시생은 총 2400여명이다.

경찰은 긴급 체포한 곽 원장에 대해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달아난 이 교사를 뒤쫓고 있다.


◆'재시험' 요구 빗발

경기도교육청 홈페이지에는 불합격자들을 중심으로 재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김포외고 일반전형 문제 유출 사건 해명 시위'라는 카페 역시 이날 "재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과 재시험 실시 가능성을 묻는 글이 쇄도했다.

특히 명지외고,과천외고,안양외고,수원외고 등 다른 외고에서도 문제가 유출됐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경기권 전체 외고가 재시험을 실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경찰은 다른 외고에서도 문제가 유출됐는지 여부는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합격자를 비롯해 일부 네티즌들은 "재시험을 치를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또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주장했다.

자녀가 김포외고 일반전형에 합격했다고 밝힌 한 학부모는 "재시험에 응하지 말 것과 법원에 입학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주장했다.


◆재시험 과정 어떻게 되나

경기도 교육청은 중간 수사 결과가 발표됨에 따라 재시험 실시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재시험 여부가 최종 결론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누구를 재시험 대상자로 할지 등 복잡한 문제가 산적해 있는만큼 최종결론이 내려지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재시험을 치를 경우 시험 문제 출제 방식도 주요 관심사다.

이상덕 경기도 교육청 교육국장은 "다시 문제를 출제한다면 신뢰도나 도덕성 측면에서 일반 여론이 인정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 것을 두고 외부 기관 시험의뢰를 점치는 전문가들도 있다.

이에 따라 재시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김포외고를 비롯해 도내 다른 8개 외고의 기존 합격생들이 재시험에 대비,응시원서를 제출해야 하는지를 놓고 혼란을 겪고 있다.

응시원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일반계고 시험에 응시하지 못해 최악의 경우 내년 외고는 물론 다른 고교 진학도 불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선화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