洪 俊 基(홍준기) < 웅진코웨이 사장 jkhong@coway.co.kr >

회사를 경영하다 보면 많은 이들을 만나 명함을 나누고 인사를 한다.필자가 명함을 건네면,상대방이 관찰력이 조금 있는 사람일 경우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와 휴대폰 번호를 보고 놀란다.

사장 명함에 휴대폰 번호가 있는 경우는 처음 본다며,이거 진짜 갖고 다니는 휴대폰 번호가 맞느냐고 묻곤 한다.

전화가 많이 걸려와 귀찮지 않느냐며 걱정도 해준다.

경영을 하면서 항상 고민하는 부분이 커뮤니케이션 문제다.

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자신이 CEO(최고경영자)로 일하는 시간의 75%는 사람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썼고,시스코의 존 챔버스 회장은 시간의 70%를 직원들과의 커뮤니케이션에 사용했다고 한다.이 두 사람의 얘기는 기업 경영에 있어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말해준다.이들이 많은 시간을 커뮤니케이션에 할애한 것은 냉철하게 시장을 판단하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정보와 다양한 시각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자리는 외롭다.자칫'인(人)의 장막'에 둘러싸여 편협해질 수 있으며,그릇된 결정으로 많은 이들을 고통에 빠뜨릴 수 있다.의사결정권자가 커뮤니케이션에 힘써야 하는 이유다.

물론 사장의 명함에 휴대폰 번호를 써놓는다고 해서 커뮤니케이션을 잘하는 기업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우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들을 수 있는 기회가 남들보다 많아지는 건 사실이다.

주나라의 명재상인 주공(周公)은 자신을 찾아온 손님을 맞기 위해 밥을 먹는 중에 세 번을 뱉고,멱을 감는 중에 머리채를 세 번 잡고 나갔다는 '일반삼토 일목삼착(一飯三吐 一沐三捉)'의 일화로 유명하다.

주공의 손님들이 대문 손잡이를 두드렸다면,오늘의 손님들은 휴대폰 버튼을 두드린다.이 시대의 주공들은 시시때때로 방문하는 휴대폰 너머의 손님을 맞느라 밥을 먹다가 뱉어본 경험이 한 번씩은 있으리라.

식사 중에 울리는 휴대폰을 보면,순간 인내심이 사라질 때도 있지만 이내 주공의 '일반삼토'를 떠올리며 손님을 맞기 위해 휴대폰을 집어든다.이 손님이 우리 회사에 정말 중요한 정보를 줄 수도 있고,우리 회사 제품과 서비스에 대해 아낌없는 조언을 해줄 귀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케이션을 잘할 수 있는 가장 큰 덕목은 경청이라고 한다.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그 전에 경청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 아닐까.

누구와도 대화하고자 자신을 끊임없이 낮추는 자세가 중요하다.'일반삼토 일목삼착'을 되새기며 오늘도 많은 이들을 만나 다양한 얘기를 들어야겠다고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