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심층수 제품을 둘러싼 미숙한 행정으로 해양수산부와 식품업체들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해수부가 지난달 식품업체들에 공문을 보내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이 발효되는 내년 2월 이전에 해양심층수 생수 시판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뒤 시판 일정을 늦춘 업체가 권고에도 불구,생수를 판매중인 업체에 비해 피해를 보고 있는 것.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들은 13일 해수부를 항의 방문,자사의 해양심층수 생수를 예정대로 이달 중 시판할 수 있도록 허락해 주든지,CJ제일제당의 해양심층수 제품 '울릉 미네워터' 판매를 중단시켜 줄 것을 요구했다.

롯데칠성은 해양심층수 개발업체인 워터비스와 손잡고 이달 중 생수를 시판할 계획이었지만 해수부 권고에 따라 시판 일정을 내년으로 미뤘다.

워터비스는 지난달 해양심층수 정제 공장을 완공했고 롯데칠성은 박태환을 모델로 광고까지 만들어 놓은 상태여서 시판 연기로 인한 손실이 크다는 설명이다.

반면 CJ제일제당은 울릉미네랄과 제휴해 정부가 공문을 보내기 전인 지난달 초 '울릉 미네워터'를 시판,한 달간 대형 마트와 백화점 등에서 10만병 이상 판매했다.

CJ는 정부의 권고문을 받은 뒤에도 판매를 지속하고 있다. '울릉 미네워터'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관할하는 '식품위생법'이 규정한 '혼합 음료' 인가를 받아 합법적으로 시판됐다.

결국 해수부는 권고를 무시할 경우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공문을 발송,피해 업체를 낳은 셈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의 시행 규정을 만들고 있는 상태여서 현재로선 CJ제일제당을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내년 2월부터 면허를 취득한 업체들에만 '해양심층수'란 용어를 표기토록 하고 어길 경우 제재하는 방안을 다각도로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해양심층수 개발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은 해양심층수 개발업체 난립을 방지하고 시장을 건전하게 활성화하기 위해 해수부가 입안한 법이다.

수질 기준과 면허 취득 자격,생산 공정 규칙 등을 담고 있다.

지금까지 해양심층수 사업 추진 계획을 밝힌 업체와 지자체는 강릉시와 강원도,동원F&B,대교 등 10여개이며 이 중 정제 공장을 완성한 업체는 울릉미네랄과 워터비스 등 두 곳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