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다 야스오 일본 총리가 급격한 엔고(高) 현상에 대해 직접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일본은행이 13일 기준금리를 동결했고,후쿠다 총리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면서 엔화 가치 급등세는 다소 진정되는 양상을 보였다.

후쿠다 총리는 13일자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엔화 가치가 너무 빠르게 오르고 있다"며 "엔화 투기 세력들은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단기적인 관점에서 엔화 평가절상은 분명 문제"라며 "환율이 어떤 식으로든 급작스레 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후쿠다 총리는 "원론적으로 일본이 점진적인 엔화 가치 상승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장기적 관점에서 엔화 가치 상승을 거부해선 안 된다"고 '장기적 관점'이란 점을 거듭 강조했다.

이어 "투기적인 움직임은 단속될 필요가 있다"며 "조심하면 그것(시장개입)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본 정부가 시장에 개입한다면 그 책임은 투기세력들에게 있다는 점을 강조,통화당국의 부담을 덜어주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달러당 109.5엔으로 출발했다.

전날 엔화가 달러당 109.12엔까지 치솟는 강세가 이날 오전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일본 언론들이 후쿠다 총리가 "급격한 엔고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고 보도하자 엔화 급등세는 한풀 꺾였다.

이후 매수·매도 세력 간 눈치보기가 이어지면서 엔화는 109엔과 110엔대를 오가며 출렁였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전날보다 유로당 1.25엔 오른 160.30엔 선에 거래됐다.

후쿠다 총리의 인터뷰와 경고성 멘트는 12일 마치무라 노부타카 관방장관이 엔화 상승을 용인하는 듯한 뉘앙스의 발언을 한 것과 상치돼 시장이 갈피를 잡기 힘들었다.

마치무라 장관은 "일본이 엔화 상승을 막고 나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됐다"고 말해 전날 엔화 상승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일본은행(BOJ)은 이날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현행 연 0.50%인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BOJ는 금리 인상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지만 경제가 디플레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는 등 금리를 인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지 못해 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풀이된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