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대선 후보가 민주당과의 통합 및 후보 단일화 선언 여세를 몰아 13일 범여권의 정치적 '텃밭'인 호남 표심 결집에 나섰다.

정 후보는 이날 광주 남구 구동체육관에서 '광주ㆍ전남ㆍ선대위ㆍ가족행복위원회 출범식'을 갖고 호남 민심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하지만 신당과 민주당의 합당 및 후보 단일화에 대한 호남지역 유권자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무관심하고 냉소적인 분위기가 우세한 가운데 대선 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는 시각도 적지 않았다.

◆정 후보 호남행=정 후보는 이날 출범식에서 "다음 주가 되면 IMF 발생 10년이 된다"며 "나라를 망친 세력에게 나라를 다시 맡겨서는 안된다"고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와 이회창 무소속 후보를 겨냥했다.

그는 "지난 10년은 위기 극복의 10년이었다.

국민의 정부가 국가를 부도 위기에서 구해냈다"고 김 전 대통령을 치켜세운 뒤 "수구보수세력은 분열하지만 우리는 통합으로 나가고 있다.

앞으로 10년을 영광의 10년으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정 후보는 이날 광주에 이어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전북 선대위ㆍ가족행복위 출범식을 여는 등 호남지역 바닥을 샅샅이 훑었다.

◆민심은 시큰둥=그러나 정 후보와 신당을 바라보는 호남 민심은 여전히 시큰둥했다.

민주당과의 통합과 후보 단일화에 대해서도 싸늘한 시선이 적지 않았다.

택시기사 최성찬씨(52)는 "손님 대부분은 (양당의 합당과 후보 단일화에 대해) 얘기도 안 꺼낸다.

대선이 한 달가량밖에 남지 않았는데도 별로 관심이 없더라"고 전했다.

은행원 강성신씨(36)는 "정 후보와 이 후보의 지지율을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면서 "3개월 전에 합쳤어도 힘든 판에 이제 와서 하나가 된다 한들 이명박 후보를 이길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김재윤 전남대 교수는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에 대한 차가운 마음이 아직도 상당하다"며 "현재 대선 구도에서는 후보 단일화가 가져올 파괴력이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회사원 양정승씨(41)는 "단일 후보가 확정되면 호남이 결국 하나로 뭉칠 것이다.

이명박 후보와의 지지율 격차가 크기는 하지만 전혀 가능성이 없지는 않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약사 신모씨(63)도 "그동안 범여권 대통합에 대한 열망이 높았던 만큼 단일 후보를 향해 다시 호남 표심이 결집할 것"이라며 "김경준씨가 귀국하고 단일 후보가 정해지면 한번 해볼 만할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