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외국어고 입학 시험 문제가 학원뿐 아니라 학부모에게도 유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5년간 최소한 7개 외고에서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어 김포외고 시험 문제 유출 사건의 파문이 점점 더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경찰청은 13일 서울 목동 J학원에 시험 문제를 빼돌린 김포외고 이모 교사가 같은 학교 교복 납품업자인 학부모에게도 문제를 유출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문제 숫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이를 조사 중인 경찰은 J학원 곽모 원장에게 넘긴 38문항과 비슷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포외고에 응시한 딸을 두고 있는 납품업자 박모씨는 지난달 30일 새벽 김포외고 입학홍보부장인 이 교사로부터 이메일로 A4용지 3∼4장 분량의 시험 문제를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박씨의 딸은 김포외고 일반전형에 합격했다.

박씨는 이 교사가 김포외고 학생부장이던 때부터 친분을 쌓아 왔으며,지난해 280여벌과 올해 500여벌의 교복을 김포외고에 공급했다.

김포외고를 관할하고 있는 경기도교육청은 이날 일반계고 원서접수 마감일인 20일 전까지 종합 대책을 발표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20일보다 늦어질 경우 피해를 보는 학생들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 전에 학생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주말에는 원서를 접수할 수 없는 데다 실제 원서 접수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16일 또는 19일에 도교육청의 종합 대책이 나올 전망이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언론에 제시된 모든 해법을 고려하고 있다"며 "종합 대책은 그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가 된 외고에서 재시험이 실시될 경우 학교와 학생들이 일반계고 원서 접수 마감으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도교육청의 발표에도 불구하고 김포외고 입시에 응시한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도교육청 홈페이지 등에 항의의 글을 쏟아냈다.

한 김포외고 합격생은 "재시험 가능성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하루종일 뉴스만 틀어놓고 있다.

신속히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한편 김포외고 사태 이후 '일선 외고가 입시 문제를 학원에 유출하는 것은 수년째 반복되고 있는 관행'이라는 주장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수사가 외고 전체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연합뉴스는 서울 지역 모학원 강사의 입을 빌려 최근 5년간 적어도 서울ㆍ경기지역 7개 외고에서 입시 문제가 사전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이 강사는 "김포외고의 경우 티나게 문제를 유출해 적발된 것"이라며 "특히 신생 외고들과 학원 간 유착이 심하다"고 말했다.

수원=성선화/송형석 기자 d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