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흥행작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할리우드의 영화전략'을 쓴 피터 바트에 따르면 그 답은 '독창적 아이디어와 훌륭한 시나리오,메이저 스튜디오,스타급 배우와 감독,탁월한 마케팅과 배급력의 합체'다.

이 가운데 하나만 부족해도 대박은커녕 영화 탄생 자체가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는 그러나 영화의 성공을 위한 가장 기본적이고 변함없는 원칙은 '탄탄한 이야기'라고 말했다.

컴퓨터 그래픽을 비롯한 특수효과 기술이 최첨단을 달리고 그 결과 볼거리가 아무리 현란하고 주연배우가 제아무리 유명해도 스토리와 구성이 성글면 결코 관객을 끌어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타이타닉''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쥬라기 공원''스타 워즈 에피소드 1''반지의 제왕' 등 역대 흥행 1∼10위는 죄다 새로운 소재에 인간애의 소중함을 담아낸,꽉 짜인 이야기들이다.

드라마도 같다.

'과학수사대''프리즌 브레이크'의 힘은 인간적 약점을 지닌 출연자들의 아픔과 사건을 촘촘히 엮어내는 데서 비롯된다.

미국작가조합(WGA) 소속 작가들이 영화방송제작사연합(AMPTP) 측에 자신들이 대본을 쓴 영상콘텐츠의 뉴미디어(인터넷,휴대폰) 공급에 따른 이익 지분 등을 요구하며 파업중이라고 한다.

같은 작품을 여러 곳에 공급하니 그에 따른 저작권료 내지 글값을 제대로 쳐달라는 요구인 모양이다.

대본파워가 스타파워를 넘어서는 건 우리도 다를 리 없다.

엄청난 제작비에 톱스타를 내세운 '중천''에어 시티'같은 대작이 실패한 반면 내로라 할 출연진 없이 만든 '왕의 남자''거침없이 하이킥'등이 대박난 사실은 영화와 드라마 할 것 없이 이야기의 힘이 얼마나 막강한지 보여주고도 남는다.

눈에 띄는 원작,빼어난 시나리오가 나오려면 쓰기에 매달리는 사람이 많아야 한다.

그러자면 우리야말로 글값의 현실화가 시급하다.

송년회 사회나 노래 한두 곡엔 몇 백만원씩 지급하면서 원고료는 30년 전과 똑같은 200자 한 장당 1만원 안팎이다.

글값 우습게 알면서 문화강국을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