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권에서 잠실 일대가 '전세 인기 지역'으로 뜨고 있다.

올 들어 잠실에 레이크팰리스,트리지움 등 초대형 단지들이 잇따라 입주하면서 전세 매물이 비교적 많은 데다 전셋값도 인근 지역 비슷한 크기의 아파트보다 싸기 때문이다.

같은 전세가로 더 큰 새 아파트를 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역삼동 등 주변의 기존 전세 세입자와 신규 수요자들이 대거 잠실로 이동하면서 이들 주변 지역의 아파트 전셋값이 최고 8000만원까지 떨어지는 등 강남권 전세시장이 크게 술렁이고 있다.

13일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 9월 초부터 입주가 시작된 총 3693가구의 잠실 트리지움 단지는 109㎡(35평)형의 전셋값이 2억8000만~3억원 선으로 비슷한 크기의 주변 아파트보다 싸다.
'강남권 전세' 잠실로 몰린다
실제 같은 크기의 역삼동 역삼래미안 아파트는 현재 전셋값이 이보다 5000만원 이상 높은 3억5000만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트리지움 아파트에는 75~109㎡의 중.소형을 중심으로 강남구 등의 전세 세입자들이 대거 이동해 이날 현재 전체 입주율이 이미 70%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잠실 레이크팰리스 단지는 총 2678가구 가운데 전세 물량이 이미 동났다.

트리지움 인근 신성부동산 관계자는 "강남구와 송파구 일대 소형 아파트에 살던 세입자들이 주로 109㎡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갈아타기'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잠실지역으로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역삼동 등 주변 소형 아파트 전셋값은 크게 떨어지는 추세다.

이달로 2년간의 전세계약이 끝나 매물로 나온 역삼동 '역삼래미안' 79㎡(24평)형 전셋값은 2억2000만~2억4000만원 선으로 지난 9월 초 2억8000만~3억원 선보다 6000만~8000만원이나 내렸다.

인근 푸르지오 부동산 관계자는 "기간이 만료된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지 않고 잠실쪽 새 아파트 매물을 알아 보는 경우가 많은 데다 전세를 새로 구하려는 사람도 거의 없다"며 "이 때문에 다급해진 일부 집주인들은 전세 보증금을 빼주기 위해 호가를 낮춰 매물로 내놓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강남권 전세' 잠실로 몰린다
주변 '역삼 e-편한세상'도 사정은 비슷하다.

2005년 12월 입주를 시작한 이 단지는 전세계약 기간이 곧 끝나는 아파트가 많지만 재계약하려는 세입자가 없어 벌써부터 전세 매물이 나오고 있다.

이 단지 인근 개나리 공인중개 관계자는 "79㎡(24평)형의 경우 전세금이 2년 전 2억3000만~2억5000만원에서 현재 2억2000만원 수준으로 떨어졌는 데도 자금을 더 들여 잠실 트리지움으로 이사가겠다는 전세 세입자가 많다"고 말했다.

한편 강남권 소형 아파트 전셋값 약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 서울 입주 물량의 절반가량인 2만3000여가구가 송파.서초구에 몰려 있기 때문이다.

김규정 부동산 114차장은 "내년에 잠실 주공 1.2단지와 잠실 시영,서초구 반포주공 3단지 등 3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재건축 단지들이 잇따라 입주할 예정이어서 송파구와 서초구는 물론 강남구도 소형 아파트 전셋값이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정호진 기자 hj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