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행보에 나선 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13일 대구 서문시장을 찾아 시민들을 만나던 중 이마에 계란을 맞는 '봉변'을 당했다.

이 후보는 이날 오후 대구 서문시장 상인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던 중 L씨(33)가 갑자기 던진 계란에 맞았다.

계란은 이 후보 바로 뒤편에 있던 유리문에 맞아 파편이 튀었고, 이 파편이 이 후보의 왼쪽 이마에 묻은 것. 이 후보는 다른 상처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발생 직후 이 후보 경호팀은 서둘러 후보를 옷가지로 덮어씌운 뒤 인근 사무실로 데려가 신변을 보호했다.

현장에서 붙잡힌 L씨는 신용대출업체에 근무 중이며 계란 6개를 사전에 구입,이 중 4개를 던진 것으로 확인됐다.

L씨는 경찰조사에서 "수년 전부터 이 후보를 지지해왔는데 경선을 거치지 않고 이번 대선에 재출마해 실망이 컸다"며 "한나라당 당원은 아니고 특별한 의도나 배후는 없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안정을 취한 이 후보는 모자를 쓴 채 사무실을 나와 다시 예정된 일정을 소화했다.

그는 상인연합회 간담회에서 "여러분들이 죄송해 하실까봐 내가 더 마음이 쓰인다.

오히려 내가 미안하다.

마음 쓰지 말라"며 "계란을 던진 분도 애증의 표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이 후보는 이날 영남권 투어의 첫 일정으로 경북 구미의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했다.

전날 박근혜 전 대표가 자신의 출마를 "정도가 아니다"라고 비판했지만 박 전 대통령을 끌어안음으로써 박 전 대표와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포석이다.

이 후보는 분향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나라를 이만큼 발전시키고 경제강국을 만든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업적이 컸다"며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이 후보는 이어 대구에서 열린 월남참전전우회 초청강연에 참석해서는 이명박 후보의 핵심 공약인 '한반도 대운하'에 대해 "1960∼70년대 개발연대식의" "토목공사식 국가발전" "시대착오적 발상"이라고 지적하며 "결론적으로 그런 정책은 반대한다"고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