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이 대한통운 인수전에 뛰어든다.

농업경제 활성화를 위해 투입할 6조원의 재원에서 자금을 충당키로 하는 등 '실탄'이 막강해 대한통운 인수전의 최대 복병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농협 관계자는 "경제사업 강화를 위한 핵심축으로 물류사업을 택한 것"이라며 "M&A(합병.인수)를 포함한 기존 유통업체와의 제휴는 축소 조정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고 14일 밝혔다.


◆유통보다는 물류사업 강화가 더 시급


농협은 대한통운 인수를 위해 이미 계열사인 NH투자증권을 자문사로 선정했으며,여러 곳의 재무적 파트너와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착실히 준비해왔다"며 "이달 말 대한통운 매각 공고가 나오면 입찰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 재원과 관련,그는 "대한통운 인수는 올해 초 농업경제 활성화 방안으로 물류사업을 거론한 것의 연장선상"이라며 "농협 신.경분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야하겠지만 위원회가 올해 초 산정한 6조원의 재원에서 인수 자금을 충당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농협이 대한통운 인수에 '올인'하기로 한 것은 농산물 판매액의 30%에 육박하는 물류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서다.

농협 관계자는 "배추 등 야채값 등락이 심한 데에는 작황뿐만 아니라 물류 시스템이 통합되지 않아 제때 소비지에 상품 공급이 안되는 탓도 있다"며 "농협중앙회가 운영하는 물류회사가 이를 통합,관리하면 중앙에서 적시적소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농산물 안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물류 개선이 시급하다는 게 농협의 판단이다.

산지별로 영세 물류회사에 아웃소싱하는 형태로는 농산물의 안전 관리가 허술할 수밖에 없다는 것.농협 관계자는 "농산물 물류 개선은 정부에서도 공감하고 있는 사안"이라며 "만에 하나 대한통운 인수에 실패할 경우엔 2004년 설립한 농협물류를 더 키워서라도 물류사업 강화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통운 인수전 달아오른다



농협은 '소리소문 없이' 착실히 준비한 만큼 대한통운 인수에 상당한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농협 관계자는 "시중의 소문과 달리 대한통운 인수에 달려들 기업이 얼마 안 될 수도 있다"며 "기업 실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대한통운이 알짜 보유 부동산 대부분을 매각한 상태라 인수 매력이 떨어진 상태"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라면 연간 600억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내는 회사를 수조원을 들여 살 만한 기업이 드물 것이란 얘기다.

농협 관계자는 "농협으로선 후진적인 농산물 유통을 개선하는 데 대한통운의 물류망이 활용 여지가 많다"며 "대한통운의 부동산 가치를 보고 들어오는 경쟁사들에 비해 농협과 대한통운의 결합은 시너지가 클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대한통운 인수 후보업체로는 지분을 보유 중인 금호 STX 외에 롯데 CJ 현대 등 10여개사가 꼽힌다.

국민연금관리공단도 대우조선해양,현대건설과 함께 대한통운을 인수 대상에 올려놓고 있다.

매각 가격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얹어 4조∼5조원이 거론되고 있다.

한편 농협이 물류사업을 강화키로 함에 따라 기존 유통업체 M&A 계획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농협 관계자는 "유통 부문 강화는 수도권에 하나로클럽 등의 매장을 확대하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농협은 향후 2015년까지 대형마트(하나로클럽)를 26개에서 60개로 34개 늘리고,대형슈퍼마켓(하나로마트)도 125개에서 500개로 확충할 계획이다.

박동휘/장성호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