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대치동 서울무역전시장(SETEC)에서 열린 '제25회 대한민국 패션대전'은 10여명의 '차세대 디자이너'를 발굴했다.

한국패션협회가 주최하고 산업자원부 등이 후원하는 이 행사는 대상과 금상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부상으로 해외 유명 패션학교인 이탈리아 마랑고니와 프랑스 에스모드에서 공부할 기회를 준다.

올해로 25회를 맞은 이 행사는 업계에서 '최고 권위를 가진 신진 디자이너 등용문'으로 통한다.

하지만 과연 그런가.

1983년부터 발굴한 '인재'들은 신진 디자이너를 발굴,육성한다는 대회 취지와는 달리 대부분 의상 디자인 교수나 패션학원 강사로 후배들을 양성하고 있다.

패션계를 이끌어갈 디자이너로 잠재력과 가능성을 인정받은 사람들이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디자이너로 현업에서 활약하기보다,디자이너가 될 사람들을 양성하는 일을 택한 것.

한 의상학 교수는 "대한민국 패션대전은 예전의 명성이 사라지고 학생들에게 단순히 '대회 입상'이란 타이틀 하나 정도 얻을 수 있는 콘테스트의 일부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왜 그렇게 됐을까.

입상자들이 디자이너로 성장할 수 있도록 뒷받침해주는 사후관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패션대전을 주최한 패션협회 관계자는 "정부의 지원금이 유동적이어서 25년간 대회를 이어오는 데도 힘이 부쳤다"고 토로했다.

현역 디자이너들은 국내 패션 유통방식이 더욱 문제라고 지적한다.

디자이너가 컬렉션도 하고 제품을 만들어 내놓으면 바이어들이 사가야 디자이너 브랜드가 클 수 있는데,국내 백화점들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바이어가 사다가 파는 사입방식이 아니라 디자이너가 직접 매장을 얻어 꾸려나가야 하는 임대방식이라는 것.

원대현 한국패션협회 회장은 "정부의 지원에 앞서 현업에서 활동하고 있는 패션업체나 유통업체들이 먼저 적극적인 후원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사후 관리까지 이어지지 않는다면 앞으로 대한민국 패션대전은 디자이너를 발굴하는 대회가 아닌 '의상학 교수요원 선발대회'로 명칭을 바꿔 달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안상미 생활경제부 기자 saramin@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