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붕 세가족' 우리금융지주가 자회사 은행 간의 증자와 영업 경쟁 등을 둘러싼 반목으로 삐걱대고 있다.

경남 광주은행이 요구 중인 증자가 어려워진 가운데 우리은행이 이들의 지역 기반인 경남과 전남 지역에서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면서 빚어진 현상이다.

우리금융 자회사들 간에 시너지 아닌 파열음이 나오자 경남 광주은행을 분리 매각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경남 광주은행은 올 3월 말 박병원 우리금융 회장이 취임한 직후부터 각각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요구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남 광주은행은 최근 자산이 각각 20조6024억원,16조3101억원으로 불어난 데다 내년에 새로운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산출 제도인 '바젤Ⅱ(신BIS 협약)'가 시행되면 각각 11.64%,10.80%(9월 말 현재)인 BIS비율이 1%포인트 이상 하락할 것이라며 증자의 필요성을 제기해왔다.

실제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2분기 11.89%였던 BIS비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현재 경남 광주은행의 자본금은 각각 2590억원과 2200억원이다.

이에 대해 우리금융과 대주주인 예금보험공사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의 증자는 공적자금의 추가투입과 같다"며 "올해 실적이 집계된 뒤 본격 논의할 문제지만 우선 순위를 두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또 증자가 되면 몸집이 커져 분리 매각에 어려움이 있는 데다 증자된 돈으로 지방은행들이 수도권에서의 영업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증자가 사실상 어려워지자 경남 광주은행은 '지주가 우리은행 위주로 움직인다'며 반발하고 있다.

모 지방은행 관계자는 "그동안 BIS비율 충족을 위한 자본확충을 후순위채 조달 등에 의존해왔다"며 "지방은행들이 지주에 배당을 많이 해온 만큼 지주도 은행을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경남.전남에서 공격적 영업에 나서면서 은행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다.

부산.경남에 87개,광주.전남에 20개의 지점을 가진 우리은행은 최근 목포시금고,울산시금고 유치전 등에 뛰어들어 막판까지 광주 경남은행과 경합을 벌였다.

이와 관련,지난 1일 박병원 회장 주재로 열린 은행장 경영협의회에선 은행장들 사이에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모 지방은행 관계자는 "황영기 전 우리금융 회장은 우리은행장 겸 지주회장이어서 경영을 할 때 지방은행 입장을 고려하는 편이었지만 박해춘 행장은 우리은행 중심으로 영업력을 강화하고 있어 갈등이 빚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업계에선 각 은행장들이 각기 실적을 토대로 3년 뒤 연임을 평가받게 되는 현재의 구조하에선 자회사 간의 시너지를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재정경제부가 발주한 금융연구원의 보고서에서도 경남 광주은행이 우리금융 내에서 시너지를 발휘하지 못한다는 의견이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구용욱 대우증권 금융담당 애널리스트는 "우리금융 주가가 오르려면 경남 광주은행을 매각해 그 돈으로 시너지가 날 다른 금융기관을 인수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경남 광주은행을 사줄 곳이 마땅치 않고 대주주인 정부 입장도 모호해 우리금융 경영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